공유하기
입력 2002년 8월 20일 17시 46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현행 규정상 거래소나 코스닥에 상장 및 등록된 기업은 반기나 분기가 끝난 뒤 45일 안에 실적을 발표해야 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상반기 실적 발표 마감일은 8월14일(15일 공휴일). 그런데 1200여개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절반이 넘는 800개사가 마감일인 14일 일제히 실적을 발표했다. 마감을 지켰으니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6월말까지의 회사 실적을 8월 중순에야 공개하는 것은 ‘주주를 경시하는 구태(舊態)’라는 지적이다.
▽주주를 무시한다〓감사가 늦어지거나 회계 장부에서 큰 실수가 발견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기업들이 실적을 늦게 발표할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삼성전자처럼 큰 회사도 7월 중순이면 실적을 모두 정리해 발표하는데 그보다 작은 중소기업들이 회계 장부 정리하는데 45일씩이나 걸릴 이유가 없다는 것.
동부증권 장영수 기업분석팀장은 “기업들은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미리 실적 발표해 봐야 괜히 주주들의 관심만 끌어 골치 아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되도록 주주들에게 기업정보를 감추겠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지적.
기업들이 실적 발표를 늦추면 손해는 투자자들이 본다. 6월까지의 실적이 8월 중순에야 공개되니 투자자는 실물 경제보다 한달 반이나 늦은 정보로 투자를 하는 셈. 이 때문에 미국 증시에서는 실적을 일찍 공개하는 게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월가에서는 대부분 상장기업들이 마감과 관계없이 회계 장부 정리가 끝나는 대로 자체적으로 실적을 공개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실적을 늦게 발표하면 회계 장부에 뭔가 문제가 있는 기업으로 오해받기 십상.
▽더 일찍 할 수 있다〓실적 발표는 기업이 주주들에게 경영 성과를 보고하는 행위. 따라서 주주를 생각하는 성의만 있으면 더 많은 기업이 더 빨리 실적을 공개할 수 있다.
실제로 9월 및 3월 결산법인의 6월까지 실적이 발표되던 19일, 실적을 빨리 공개하는 회사로 유명한 넥센타이어는 7월 실적을 벌써 밝히는 발빠른 모습을 보였다. 또 예당엔터테인먼트 휴맥스 등 몇몇 기업들도 매월 실적을 주주들에게 공개한다.
넥센타이어 이규상 사장은 “회사가 투명하고 감출 게 없다면 실적을 늦게 공개할 이유가 없다”며 “기업의 경영 상황을 하루라도 빨리 주주에게 알리는 것은 회사의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 12월 결산법인들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날짜 | |||||||||||||||||||||||||||||||||||||||||||||||||
| 날짜 | 거래소 | 코스닥 | |||||||||||||||||||||||||||||||||||||||||||||||
| 12일 이전 | 39개사 | 82개사 | |||||||||||||||||||||||||||||||||||||||||||||||
| 13일 | 137개사 | 242개사 | |||||||||||||||||||||||||||||||||||||||||||||||
| 14일 | 376개사 | 424개사 | |||||||||||||||||||||||||||||||||||||||||||||||
| 16일 | 1개사 | - | |||||||||||||||||||||||||||||||||||||||||||||||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