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왜 틱낫한인가…현대인의 각박한 삶에 청량제 역할

  • 입력 2002년 8월 16일 18시 15분


공동체 생활을 하는 프랑스의 플럼빌리지에서 틱낫한 스님이 아이들과 함께 조용히 걸으며, ‘보행 명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명진출판

공동체 생활을 하는 프랑스의 플럼빌리지에서 틱낫한 스님이 아이들과 함께 조용히 걸으며, ‘보행 명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명진출판

한 베트남 스님이 던지는 잔잔한 삶의 교훈이 여름 독서계를 달구고 있다.

틱낫한 스님의 ‘화’(명진출판·4월 출간)와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김영사· 5월 출간)는 6월부터 지금까지 각종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92년 처음 출간된 ‘평화로움’도 최근 다시 열림원에서 선을 보였다.

틱낫한 스님의 책은 1992년부터 지금까지 11권이나 출간되면서 꾸준히 독자의 눈길을 끌어왔기 때문에, 출판계에서는 그의 책 두 권이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을 이례적인 ‘바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틱낫한 바람을 선도한 책은 ‘화’. 이 책이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유에 대해 책을 펴낸 명진출판 관계자는 “분노를 쉽게 다스리지 못해 ‘화병’이 엄연한 질병으로까지 자리잡은 우리 사회의 특성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화야말로 불행의 원인이며, 화를 다스려야 행복한 삶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분노의 감정을 감추고 억누르는 것 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는 틱 스님의 대표적인 저서 20여권과 아직 책으로 나오지 않은 강연 및 글 중에서 핵심적인 가르침을 골라 편집한 책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 지금 내가 숨쉬는 이 순간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기뻐하라’는 저자의 사상이 책 전체를 아우른다. 세계적인 피리 연주자 나왕 케촉의 명상음악 CD가 부록으로 수록돼 있다.

‘평화로움’에서 틱 스님은 ‘내가 수많은 나 아닌 존재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깨닫는 것이 진정한 평화로움에 이르는 길이라고 설명한다.

독자들은 왜 그의 책에 끌리는 것일까.

현대인의 각박한 삶을 적시는 맑은 샘물 같은 글을 통해 평화롭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일러주기 때문이다. 또 탁 스님은 어떤 책에서나 간결한 문장으로 알기 쉽게 자신의 생각을 풀어낸다. 여러 가지 이미지를 활용해 마음 속에 있는 모호한 감정을 입체적으로 연상시킬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때로는 따뜻한 유머로 미소를 준다.

스님의 가장 큰 화두는 ‘좋은 씨앗에 물주기’. 우리의 마음을 ‘밭’에 비유해, 그 밭에는 사랑과 미움, 분노, 열정, 자비와 폭력 등 좋고 나쁜 씨앗이 섞여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늘 긍정적인 씨앗에 물을 주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 제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가초는 “틱낫한은 우리와, 우리 안의 평화와, 이 대지의 평화 사이에 연결되어 있는 고리들을 분명하게 펼쳐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평생 ‘마음 밭 만을 가꿔온’ 은거자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틱 스님은 1966년 미국을 방문해 전쟁 중의 조국이 겪고 있는 고통을 널리 호소했고, 통일 이후에는 보트피플을 구제하는 활동에 발벗고 나섰다. 종교 간의 대화와 화해를 호소해 마틴 루터 킹 목사로부터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받기도 한 그는 오늘날 프랑스에서 난민을 위한 공동체를 운영하면서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7월 중순 수행공동체인 프랑스 ‘플럼 빌리지’에서 틱 스님을 만난 불교 저술가 진현종씨는 “한국 어느 산골 가난한 스님의 거처를 연상하게 하는 조그만 책상과 책장, 초라한 취침용 매트와 다구가 스님 살림살이의 전부였다”고 전했다.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