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전쟁…“알레르기유발 성분 표시”“일급비밀 공개못해”

  • 입력 2002년 8월 12일 18시 49분


유럽의회와 프랑스 향수 제조업계가 ‘향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6월 유럽의회가 유럽연합(EU) 내에서 생산되는 향수병의 겉면에 성분을 표기해야 한다는 지침을 의결하면서부터. 향수에 포함된 특정 성분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성분을 보고 향수를 고를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취지였다. 그러면서 유럽의회는 향수 사용자들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26개 성분을 공개했다.

‘향수의 나라’ 프랑스의 제조업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일급 비밀’인 성분을 공개하라는 것은 한마디로 ‘악취를 풍기는’ 발상이라는 것.

프랑스 향수제조업조합의 앙 폴 보디피에 회장은 “향수병에 성분을 써놓으면 누구나 쉽게 똑같은 향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향수 하나에 100∼150가지의 성분이 들어가므로 각 성분은 알레르기를 유발할 만한 분량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프랑스 언론은 전했다.

또 프랑스 제조업자 대부분은 “향수 때문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은 2만5000명 가운데 한 명 꼴에 불과하다”며 유럽의회의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있다. 이에 유럽의회측은 불응할 경우 제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있다.

소비자들의 소송을 겁낸 일부 화장품 회사들은 향수를 납품하는 제조업자들에게 유럽의회가 적시한 26개 성분을 없애거나 비율을 줄이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향수제조업조합측은 “EU의 관료주의가 탁상행정으로 결정한 알레르기 항원이 실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지 직접 조사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프랑스의 명품인 향수를 둘러싸고 유럽의 통합 조류와 프랑스의 문화적 특수성이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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