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업씨 녹취록 일부 공개…한나라 “명백한 조작”

  • 입력 2002년 8월 12일 18시 06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의 장남 정연(正淵)씨의 병역 면제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金大業)씨는 12일 의혹을 입증할 증거라며 녹음테이프 1개와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했다. 김씨측은 실명(實名) 등 중요 부분이 삭제된 녹취록 일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김씨측은 “테이프와 녹취록에는 전 국군수도병원 부사관 김도술씨가 김대업씨와 대화하며 ‘이 후보의 부인 한인옥(韓仁玉) 여사에게서 병역면제 청탁과 함께 현금 2000만원을 받았다’고 시인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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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도술씨와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체류 중인 그의 딸은 본보 기자와의 국제전화 통화에서 “아버지가 한씨에게서 청탁을 받은 적이 없으며 김대업씨를 알지도 못하고 그런 얘기를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는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을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최근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며 “지어낸 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도술씨가 귀국을 거부함에 따라 검찰 수사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김대업씨는 또 이날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병역비리에 관한 관련자 진술을 담고 있다는 5∼6시간 분량의 녹음테이프 수십개도 보관 중이며 이를 공개할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이날 91년 2월 정연씨에게 병역면제 판정을 내린 전 국군춘천병원 진료부장 백일서씨(42)를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또 90년 6월 정연씨를 진료한 서울대병원 관계자 2명을 불러 진료 경위 및 당시 진료 결과와 면제 판정이 난 신검 결과의 상관성 등을 조사했다.

한편 한나라당 김대업정치공작진상조사단(단장 이재오·李在五 의원)은 “김대업씨가 제출한 녹취록은 한눈에 조작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검찰 수사를 우롱하는 김씨를 즉각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사단은 △김씨가 7월31일 녹취록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제출된 녹취록은 8월11일 작성됐고 △검찰이 “김씨가 배석자 없이 수사한 적이 없다”고 밝혔으나 녹취록은 김씨가 검찰 수사를 도울 때 전 국군수도병원 부사관 김모씨와 단 둘이서 대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 등은 녹취록이 조작됐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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