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홈런타자는 삼진왕…에이스는 ‘홈런 공장장’

  • 입력 2002년 8월 11일 17시 41분


‘동네야구’에선 삼진을 당한 타자나 홈런을 맞은 투수는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133경기의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는 프로야구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삼진왕’과 ‘홈런 공장장’은 결코 명예스러운 칭호는 아니지만 최소한 1군에서 매경기 선발로 뛰는 타자와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하는 투수라는 보증수표와 다름없다.

올해도 삼진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는 타자를 보면 ‘삼진왕〓강타자’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10일 현재 두산 우즈가 96개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한화 송지만(90개), SK 조경환(85개), 현대 폴(84개)과 박경완, LG 박용택(이상 79개)이 뒤를 잇고 있다. 누가 이들을 형편없는 타자라고 비난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삼진이 눈에 띄게 많은 타자는 대체로 타율 2할대의 오른손 타자라고 보면 틀림없다. 폴은 왼손타자지만 타율 0.265에 머물고 있고 신인타자인 박용택만이 타율 0.312에 왼손타자란 점이 특이하다.

이밖에 홈런 선두인 삼성 이승엽이 삼진 7위(78개), 홈런 2위인 현대 심정수가 삼진 10위(76개)에 올라 있다.

이는 파워배팅을 하는 타자일수록 삼진이 많을 수 밖에 없고 오른손에 비해 왼손타자가 공을 오래 보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다.

홈런쪽은 더욱 간결한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 올해 최고의 홈런공장장은 삼성 에이스 임창용이다. 그는 23경기에서 경기당 1개꼴인 21개의 홈런을 허용했다.

그의 뒤를 이어 현대 김수경(19개)과 롯데 손민한, SK 채병용 김상진, 기아 키퍼(이상 17개)가 줄을 서 있다. 기아의 특급신인 김진우, SK 제춘모(이상 15개)와 윤길현(14개)의 모습도 보인다.

이들 투수의 공통점은 모두 오른손 투수로 나이가 젊고 공격적인 피칭을 한다는 점이다. 피홈런 15위까지 중위권의 SK가 5명, 선두 기아가 3명이나 올라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코칭스태프가 주눅이 들어있는 선수들을 향해 “삼진을 당해도 좋으니까 마음껏 스윙하라”거나 “홈런을 맞더라도 눈 질끈 감고 가운데로 던져넣어라”고 주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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