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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9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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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습이 여러모로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는 과학이나 기술의 발전을 들먹이지 않아도 다양한 곳에서 포착된다. 이전 세대와 다르게 우리는 일에 파묻혀 있으면서도 여가나 휴일을 소홀히 여기지 않게 되었다. 한달 월급을 쏟아 부어야 살 수 있는 세계적인 명품에 대한 관심도 선진국 국민 못지않다.
명품의 가치와 여가 선용의 방법을 소개하는 잡지의 발행인이라는 위치 탓에 필자는 해외럭셔리 브랜드를 자주 접하게 된다. 국내에서 호평 받고 있는 해외 명품들은 한 가지 품목에 대한 고집스러울 정도의 집착과 엄격한 품질관리 등으로 세계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간혹 주변 사람들은 필자에게 해외 럭셔리 브랜드가 국내 브랜드 시장을 잠식하고 발전을 저해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해외 브랜드의 선전이 국내 시장에 악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소신이다.
1990년대 이후 국내 소비자들이 명품의 가치에 눈을 뜨면서 국내 업체들도 제품의 질을 높이는 데 노력해 국산 브랜드의 경쟁력도 높아진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국가간의 경계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국내외 브랜드의 품질 경쟁을 지켜보는 소비자는 그저 즐거울 뿐이다.
잠깐 꽃 이야기를 해보자. 요즘 서울 강남 일대에서는 꽃집이 성업 중이다. 졸업이나 입학식이 아닌데도 사계절 내내 꽃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졌다면 이는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언뜻 보면 삶에 찌들어 있을 듯한 우리가 꽃을 바라보고 음미할 시간과 정신적인 여유가 생긴 것 같아 필자는 흐뭇하다.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있다는 증거로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다.
유럽이나 북미의 보통 사람은 ‘휴식을 위해 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휴가에 많은 투자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두쇠처럼 돈을 모았다가 여름 휴가를 즐기는 데 쓴다. ‘가장 갖고 싶은 게 무엇이냐’는 외국 잡지의 설문조사에는 별장이나 요트가 항상 1, 2위를 다툰다.
선진 외국 사람들에 비해 우리의 삶은 아직 척박하다. 다양한 서비스가 생겨나고 질 좋은 상품이 탄생하고 있지만 그것들을 삶 속으로 흡수하는 방법에 대해 우리는 명쾌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좋은 것을 먹고 입는다고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이 아닌데도 우리는 그런 표피적 만족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저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해서는 참다운 만족을 얻을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창조적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남과는 다른 나만의 방식을 찾기 위한 연구는 늘 스스로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삶을 즐기며 얻는 만족은 곧바로 스스로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확고한 믿음,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그 믿음이다.
명제열 월간 노블레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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