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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7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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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하는 야구국가대표팀인 ‘드림팀 Ⅴ’ 1차 엔트리 발표가 난뒤 탈락선수들의 한숨소리가 깊다. 사실 드림팀에 포함된다고 해서 금전적인 보상을 더 받는 것은 아니다. 한해의 가장 중요한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몸도 더 피곤해 질 수가 있다.
하지만 선수들에겐 명예와 자존심이 걸린 문제. 게다가 군미필자들에겐 금메달을 딸 경우 병역면제라는 커다란 혜택을 받을 수가 있다. 이 때문에 프로 32명의 1차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한 선수중 몇몇은 땅을 치고 있다.
가장 아쉬움이 큰 선수는 두산의 왼손투수 이혜천. 최고시속 153㎞로 국내좌완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이혜천은 왼손 셋업맨으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선수. 지난해 대만야구월드컵에서도 인상적인 피칭으로 ‘국제용’이란 평가를 받은 그는 드림팀의 사령탑이 소속팀의 김인식감독이었다는 점이 탈락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감독은 이미 “실력과 성적을 위주로 최고의 선수를 뽑겠다”는 원칙을 천명했던 터. 이혜천은 2승2패 1세이브 6홀드에 평균자책 4.26으로 평범한 성적을 거뒀다. 김감독은 “소속팀 선수를 감싸안았다”는 말이 듣기 싫어 눈물을 머금고 무 자르듯 잘라버렸다.
LG 서용빈은 대표팀 탈락이 확정되면서 31세의 나이에 ‘입영열차’를 타게 됐다. 19일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하는 서용빈은 28개월간 군복무를 하면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는 시기는 2005년. 2년4개월의 공백을 감안하면 야구계 컴백조차 불투명한 처지다.
신인왕후보에 올라 있는 SK투수 채병룡은 이번에 뽑힌 경쟁자 조용준(현대)과 김진우(기아)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7승6패 5세이브 평균자책 3.16으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이름값’에서 밀린 케이스.
한때 국내 프로야구를 호령하던 대표적인 좌타자 김기태(SK)와 양준혁(삼성)은 ‘권불십년’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33세로 동갑내기인 둘은 각각 타율 0.230과 0.257로 명성에 흠집을 냈다. 99년 아시아경기대회 국가대표팀에 포함된 적이 있는 양준혁은 “성적이 너무 안 좋아서 기대도 안 했다”며 씁쓸해 했다.
올해 올스타 투표 1위인 심재학과 ‘재간둥이’ 정수근(이상 두산), LG 유지현 등도 기대이하의 성적으로 낙마를 했다. 이들은 인기와 이름만으론 장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중이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