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희 할머니의 '도전! 게임왕'③]나의 무서운 친구

  • 입력 2002년 8월 4일 17시 35분


팔이며 목이며, 옷 밖으로 드러난 살에 온통 문신 투성이에요. 목욕탕 같이 갔다온 사람이 그러는데 등에 커다란 독수리도 있대요. 얼굴에는 긴 흉터도 있지요. 제 PC방 가까이 있는 주점의 '영업부장'을 그래서 웬만한 사람은 눈도 똑바로 못 쳐다본답니다. 그 친구는 저를 "어머님, 어머님" 하며 따르는데, 잘은 몰라도 아마 김포 바닥에서 한가닥 하나 봐요.

한번은 PC방에 불량배 4,5명이 와서 행패를 부렸어요. "PC 성능이 나쁘다"고 불평하며 의자를 발로 차 넘어뜨리길래 제가 그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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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어디라고 행패를 부리는 거지요?"

그러자 그 중 한 친구가 눈을 부릅뜨더군요.

"이 늙은이…, 뭘 모르는군. 나 감방 갔다온지 며칠 안 됐으. 나 무서운 거 없으, 알으?"

"그러셔? 그럼 감방 한 번 다시 가도 괜찮겠네. 너희들 뭐 하는 놈들이얏!"

자기들도 당황했는지, "두고 보자" 면서 슬금슬금 내빼더군요.

이런 일이 있었다고 얘기했더니 영업부장이 "한 번 알아 볼게요, 어머니. 안심하세요. 이제 그런 일 없을 겁니다" 그러더군요. 역시나, 그 다음부터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남들은 무섭다고 하지만 정말 의리 있고 믿음직한 제 자식 같은 친구랍니다.

그런 영업부장에게 최근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는데….

하루는 영업부장이 저희 PC방에서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 영업부장은 한 동안 열심히 키보드와 마우스를 누르며 게임에 집중하는 가 싶더니, 어느 순간 벌떡 일어서서 모니터를 번쩍 들고는 "어이구∼" 사자처럼 포효하기를 반복하더군요. 가까이 가서 봤더니,

같이 게임을 하는 다른 아이들이 자꾸만 영업부장을 'PK'시키는 것이었어요. 함께 힘을 합쳐 몬스터를 잡아야 할 사람들이 영업부장이 갖고 있는 아이템을 빼앗으려고 자꾸만 영업부장 캐릭터를 공격하며 '왕따'시키는 거예요. 그런데 그 무서운 영업부장이 채팅으로는,

"저 좀 그만 괴롭히세요. 네? 저 초보에요.^^; (식은땀 흘리며 웃는 모습)"

막 아양을 떨더라고요.

그러면 상대편은 "얌마, 초보니까 PK시키는 거야. 가서 젖 좀 더 먹고 와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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