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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7월 29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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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기계 어떤 것이든 모르는 것이 없어 ‘마라도의 맥가이버’로 통하는 마라도향로표지관리소 김장민 소장(51)은 78년 이곳에서 처음 등대지기 생활을 시작한 뒤 여러 등대를 순환 근무하다가 4년 전부터 다시 마라도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마라도 주민들은 밤을 ‘호야불’로 밝혔고, 말린 소똥을 땔감으로 썼다. 또 응급환자가 생기면 횟불로 가파도나 육지에 신호를 보내 배가 와서 환자를 싣고 나갔다.”
이렇게 당시를 회상하는 김 소장은 “지금은 휴대전화 한통화면 배는 물론이요 헬기도 날아온다. 또 가정마다 초고속인터넷망과 위성방송 안테나가 설치돼 도시에서 사는 것이나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등대도 달라졌다. 태양전지판을 2000년에 560장으로 늘리고, 지난해에는 두 개의 풍력발전기를 세워 시험가동 중이다. 태양전지판과 풍력발전기가 생산하는 전기는 일조량이 적은 장마철과 겨울철 등 3달을 제외하면 등대를 가동하고도 남을 정도다. 등대는 35㎞떨어진 곳에서도 볼 수 있는 밝은 빛을 낸다. 또 150㎞까지 떨어진 선박에 전파를 발사해 배의 위치를 알수 있게 하고 레이더 화면에 등대의 위치도 표시해준다.
모슬포와 마라도 사이 11㎞의 바다를 잇는 초고속인터넷서비스는 등대와 학교를 포함해 현재 12가구가 가입한 상태이다. 민박집을 운영 중인 김영호(39)씨는 마라도와 민박집을 알리는 홈페이지(www.imarado.com)를 개설했다.
김씨는 자신의 집 안방에서 낚시 조황, 민박 사정 등 전국 각지에서 들어오는 질문에 답해주고 있다. 김씨는 “홈페이지를 개설한 뒤 민박 손님도 40% 정도 늘었을 뿐 아니라 홈페이지 자체가 마라도를 널리 전국에 선전하는 효과도 있어 일석이조이다”고 말했다.
마라도의 젊은이들은 물건을 인터넷으로 주문하기도 한다. 또 학생이 두 명밖에 없는 마라초등학교에서는 초고속인터넷이 학습자료를 얻는 중요한 수단이다.
위성방송은 섬 주민의 생활을 크게 바꿔 놓고 있다. 이곳은 신문도 며칠 뒤에나 들어온다. TV는 70년대까지 만해도 등대에만 있었다가 주민들도 하나둘씩 가정에 들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육지에서 오는 방송전파는 매우 약해 선명하지 않았다.
올 봄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가 생기면서 전체 가구의 80%가 가입했다. 희미한 4개 채널만 볼 수 있었던 외딴 섬에 무려 140개까지 선명한 채널이 열린 것이다.
이동통신회사는 자장면 배달부와 울릉도, 마라도를 등장시킨 광고를 해서 톡톡히 재미를 보았지만, 선전과 달리 마라도 남쪽 절반은 휴대폰 먹통 지역이다. 가파도에 안테나가 설치돼 있어 가파도와 가까운 섬 북쪽 지역에서만 통화를 할 수 있다. 대신 광고 덕택에 마라도에는 자장면집만 여러 개 들어섰다.
마라도에서 가장 귀한 것은 물. 이제는 모든 가정이 지붕 옥상에 떨어진 물을 자갈-모래-숯으로 여과하는 정수시설을 설치해 목욕을 하는 데도 별 불편이 없다. 첨단기술의 도입으로 이제 섬도 살만한 곳이 돼가고 있다.
마라도〓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