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컴 끝내 파산보호 신청

  • 입력 2002년 7월 22일 15시 20분


최근 회계 부정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미국의 통신회사 월드컴이 21일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침체 상태에서 허덕이고 있는 증시 및 통신업계, 소비자 신뢰 등 미 경제 전반에 상당한 충격파가 연쇄적으로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파산보호 신청= 월드컴은 21일 밤 9시경 뉴욕 맨해튼의 파산법원에 연방 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월드컴이 5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한 회사 자산은 1039억 달러로, 지난해 12월 역시 회계부정 사건으로 당시 최대 규모의 파산보호 신청을 냈던 엔론의 자산 634억 달러보다 405억 달러가 더 많다.

월드컴은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회사 이사회의 판단으로는 연방 파산법 11조에 따른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회사와 채권자 종업원 및 다른 이해당사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밝혔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2일 보도했다.

법원이 파산보호 신청을 승인할 경우 330억 달러에 이르는 월드컴의 채무는 일정기간 지급이 동결되고, 이 회사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도 허용되지 않는다. 월드컴은 이같은 상태에서 앞으로 120일 안에 법원에 부채상환 계획을 제출하고 영업활동을 계속할 수 있게 된다.

월드컴의 주채권자인 시티 그룹과 JP 모건, GE 캐피털 등은 월드컴의 자산 등을 담보로 20억달러를 긴급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컴은 핵심사업체인 장거리 전화회사 MCI와 인터넷 서비스 제공회사인 UUNet 등을 제외한 멕시코와 브라질의 통신회사 등 자산은 매각, 회생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충격과 파장= 월드컴의 파산보호 신청은 이 회사가 4월 38억5000만달러의 비용을 수익으로 분식 처리, 실제론 12억 달러의 손실을 감춘 사실이 드러나면서 예고돼 왔다. 월드컴은 이에 따른 SEC의 제소와 금융차입 중단 등으로 26억5000만달러의 채무를 제때 변제하지 못하는 경영 위기에 몰렸다.

99년말 1주당 60달러에 이르렀던 주가는 최근엔 1달러에도 못미칠 정도로 하락했다. 특히 올들어서는 주가의 99%가 하락, 사실상 월드컴 주식은 휴지처럼 돼버렸다.

월드컴의 붕괴는 주가가 4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뉴욕 증시와 은행 등 금융권 및 제 살 깎아먹기식 통신료 인하 경쟁으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된 통신업계 전체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월드컴에 자금을 대출해준 금융기관 및 월드컴의 부품 공급업체 등 거래선들의 주가는 민감히 반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월드컴의 파산보호 신청은 또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는 미 달러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월드컴의 이용자들이 장거리 전화 및 인터넷 서비스를 다른 회사로 전환할 경우 월드컴의 경쟁업체인 AT&T, 스프린트 등이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통신업계에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월드컴 이용자들은 월드컴의 파산에도 불구하고 당장은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별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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