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팎으로 경제는 어려워지는데

  • 입력 2002년 7월 17일 18시 39분


미국의 경제불안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 경제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국내에선 노사분규로 어수선한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경제마저 위기에 빠져들고 있어 안팎으로 어려운 처지이다. 정부는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경제를 챙겨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낙관론을 내세울 정도로 한가롭지 않다. 정부는 환율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으나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환율하락으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 중공업 섬유 등 주요 제조업 분야의 기업들이 노사분규를 겪느라 내수 물량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미국의 경제불안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 수출시장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올해 노사분규는 예년보다 더 심각한 양상이다. 올 상반기 중 노사분규가 작년의 2배로 늘었지만 월드컵행사에 가려 두드러지지 않았을 뿐이다. 일부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에서조차 분규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하반기에는 노사관계에 악재가 더 많이 기다리고 있다. 7, 8월 중 대형사업장과 공기업의 임금단체협상 교섭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서울지하철, 도시철도, 공공서비스 등 공공부문이 주5일 근무제 연내 시행 등 제도개선 투쟁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걱정이 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아예 모른 척 수수방관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에 있다. 정치에서 손을 떼고 국정에 전념하겠다고 다짐했던 정부가 아닌가. 경제불안을 초래하는 노사분규를 정부가 포기한 듯 바라만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재·보선과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두고 인기정책을 쓰는 것인가, 아니면 임기 말 의욕상실인가.

정부는 경제만이라도 제대로 챙기겠다는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 선거를 의식하느라 경제위기를 자초해 온 지난날 정권들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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