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자유투표…양당 국회의장후보 내정 선거운동

  • 입력 2002년 7월 8일 18시 55분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국회의장 선출과정은 자유투표의 형식만 갖췄을 뿐 실제는종전과 조금도 다름없는 당론투표였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지난달 19일 국회법에 규정한 자유투표의 취지에 맞춰 의장을 선출키로 합의해 놓고도 똑같이 합의를 뒤집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과의 합의에 따라 박관용(朴寬用) 의원을 의장 후보로 추천키로 결의한 것을 철회하기까지 했으나 이날 의장 선출 직전 시도지부별 조찬모임을 통해 의장 후보로 내정한 박 의원을 밀기로 입장을 바꿨다.

민주당도 6일 의원총회에서 김영배(金令培) 의원을 의장 후보로 단독 내정한 뒤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를 비롯한 총무단이 7일 밤과 8일 아침 자민련과 무소속 의원들을 접촉하며 득표운동을 벌였다.

이에 자유투표를 요구하면서 의장 출마를 선언했던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의원은 “개혁국민정당을 자임하는 민주당이 국회의장 자유투표의 정신과 취지를 스스로 훼손시키고 있다. 의원들은 당론이 옳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양심과 소신에 따라 투표하기 바란다”고 밝힌 뒤 ‘표 단속’을 위한 의총 참석을 거부했다.

그러나 송영진(宋榮珍) 부총무는 의총 도중 일부 의원과 함께 조 의원을 찾아가 의총 참석을 권유했으나 조 의원이 고집을 꺾지 않자 “××놈”이라며 폭언을 퍼부었다. 송 부총무는 혼자 의총장으로 돌아오면서도 계속 “똑바로 하라고 그래. 모가지를 비틀어 버릴테니까. ×새끼, ×새끼. 저것도 의원이야”라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이날 자민련은 의총에서 ‘의원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투표한다’고 당초 결정한 대로 자유투표를 실시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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