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샐러리맨 NO! ‘나홀로’증권맨 GO!

  • 입력 2002년 7월 3일 17시 43분


증권업계에 프리 에이전트(Free Agent)가 뜨고 있다. 증권사에 얽매인 샐러리맨이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뛰쳐나와 독립 비즈니스를 시작한 증권맨이 그들이다.

코스닥등록을 준비하거나 이미 등록된 중소기업에 대해 투자홍보(IR)를 컨설팅해 주는 1인 회사가 생기는가 하면, 엄연히 투자회사이지만 기업분석은 외주(아웃소싱)로 해결하는 회사도 등장하고 있다. 외국인 자금을 받아 운용하는 무늬만 한국기업인 회사, 투자상담과 강연에 주력하는 회사도 선보였다.

▽IR 해결사, J&Y파트너스와 GSP〓올 5월초 문을 연 J&Y파트너스의 신일인 사장(47). 대우증권과 코스닥등록기업인 일륭텔레시스 등에서 경력을 쌓은 뒤 창업했다. 자본금은 5000만원. 임직원이라고는 사장 한명뿐인 초미니 회사다. 별도의 사무실도 없으며 휴대전화가 비서 역할을 한다. 그가 맡은 기업은 일륭텔레시스 인터링크 코스멕스 등 코스닥등록기업. 1주일에 하루이틀씩 해당기업에서 근무한다.

신 사장은 “요즘 같은 주가하락기에 해외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채권(BW)을 현금으로 상환해 달라고 요청할 때 대응방안을 제시한다”며 “증권사는 발행업무를 대행한 뒤에는 별다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며, 유통시장의 브로커들은 발행 업무를 제대로 몰라 두 시장이 동시에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면 제대로 서비스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때 최고의 반도체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렸던 엄상륭 전 WI카증권 이사(39)는 2년 전에 글로벌 스트래티직 파트너(GSP)를 설립했다. 사장을 포함해 직원이 3명인 이 회사는 기업의 재무담당임원(CFO)의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기업고객을 노리고 있다. GSP가 내세우는 슬로건은 ‘컨설턴트 킬러’. 새로운 사업을 하거나 유가증권을 발행할 때 컨설턴트들은 거래를 따기 위해 상황을 객관적인 여건보다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의 논리적 허점을 지적하는 것이 이 회사의 일.

▽애널리스트에 만족할 수 없다, 직접 투자로 승부 건다〓동방페레그린증권의 애널리스트 출신인 백경화 사장(45)은 98년에 코아베스트를 만들어 독립했다. 직원이 4명인 조그마한 회사. 하지만 운용자산은 5000만달러 안팎에 이르고 목표수익률을 넘는 부분에 대해 20%의 성과보수를 받기 때문에 이익도 짭짤하다.

투자할 기업을 분석하고 펀드를 만들기에 턱없이 부족한 인력은 외부전문가에게 아웃소싱으로 해결하는 것이 이 회사의 특징. 이 회사는 △믿을 만한 외부 애널리스트들에게 의뢰해 기업분석 보고서를 만든 후 △이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모으고 △코아베스트가 투자하는 업무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 애널리스트의 대명사로 통하던 이남우 전 삼성증권 상무(39)도 올 4월초 갑작스레 삼성을 떠나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리서치헤드를 하면 연봉이 100만달러(12억원)를 넘을 텐데도 굳이 ‘나의 길’을 가겠다고 나섰기 때문.

그는 “한국 증시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어 그 변화를 온몸으로 맞으며 자산운용의 역사를 새롭게 쓰겠다”는 출사표를 내걸고 리캐피탈투자자문을 창업했다. 한편에서는 코아베스트처럼 외국 돈 등을 받아 운용할 계획.

▽조지 소로스, 워런 버핏이 되겠다〓동양증권 투자전략팀에서 근무하던 구권림 리치컨설팅 사장(36)은 한국에서 헤지펀드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도전장을 냈다. ‘전천후 폭격기’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강세장과 약세장을 가리지 않고 투자수익을 낸 경험을 살려 작년 12월에 PEI사모M&A펀드를 만들었다. 개인 100명 미만으로부터 62억원을 받아 현재 35% 정도의 수익을 내고 있다. 종합주가가 940선까지 올랐을 때는 수익률이 85%에 이르기도 했다. 이같은 수익률을 바탕으로 현재 100억원을 목표로 2호 펀드를 모집 중이다. 그의 꿈은 한국의 소로스가 되는 것이다.

현대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인 조창희씨(41)는 요즘 투자회사 창업에 전념하고 있다. 가치투자로 유명한 워런 버핏의 버크셔헤더웨이 같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 서울대 산업공학과와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나와 화학 에너지 유통 조선 정보기술(IT) 등 거의 대부분의 업종을 거친 애널리스트의 경험을 살려 리서치와 투자를 함께 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가치투자와 리스크관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밸류&벤처’를 지향하는 회사를 8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주식투자 환자를 무료로 치료해 줍니다〓김지민 전 현대증권 이사(43)는 1년 전에 시카고투자컨설팅을 만들었다. 자본금 1억원, 직원 6명인 소형 회사다. 노벨 경제학상의 산실로 통하는 시카고대학에서 선물(先物) 분야로 경제학박사를 딴 그는 주식투자로 엄청난 돈을 잃고 가슴앓이하는 투자자들을 따뜻하게 ‘치료’해준다. 그것도 무료다. 지금은 증권 투자신탁회사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하는 것이 주 수입원. 하지만 내년에는 30억원짜리 투자자문회사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투자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증권계 Free Agent 현황
이름현직회사 개요전직
신일인J&Y파트너스 사장코스닥등록 기업의 IR 아웃소싱. 사장 1인 회사대우증권 기업금융부
김지민시카고투자컨설팅 사장무료 투자상담 및 투자소프트웨어 개발. 직원 6명현대증권 이사(선물파생상품팀장)
이남우리캐피탈투자자문 사장외국 헤지펀드와 국내 오너의 자금을 받아 운용. 직원 9명삼성증권 상무(애널리스트)
구권림리치컨설팅 사장개인 100인 미만을 대상으로 헤지펀드 운용. 직원 6명 1호펀드 62억원 운용, 2호펀드 모집 중 동양증권 투자전략팀
엄상륭글로벌스트래티직파트너(GSP) 사장코스닥등록기업 대상 CFO 아웃소싱. 직원 3명WI카증권 애널리스트
백경화코아베스트 사장외국 헤지펀드의 자금을 위탁 운용. 직원 4명동방페레그린증권 상무(애널리스트)
조창희개인 투자회사 8월중 설립 예정워런 버핏의 버크셔헤더웨이 같은 투자회사가 모델현대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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