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내부자거래”…美증권거래委, 경영인 10여명 조사

  • 입력 2002년 7월 2일 18시 41분


분식회계에 이어 내부자거래 파문이 미국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내부자거래는 기업의 임원 등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이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기밀 정보를 이용해 불공정한 주식매매를 하는 것. 현재 내부자거래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경영인은 10여명에 이른다고 뉴욕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최근 내부자거래의 특징은 과거와는 달리 실적조작과 결합돼 기업 신뢰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는 데 있다. 경영인들은 매출을 부풀리거나 손실을 감추는 허위실적을 공시해 주가를 띄운 후 회사 경영이 악화되기 전 재빨리 주식을 팔아치우는 수법을 쓰고 있다.

최근 SEC 조사의 핵심 인물은 자사가 개발한 신약이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정보를 주변 인사들에게 알려줘 주식을 매각토록 한 제약회사 임클론의 전 최고경영자(CEO) 새뮤얼 왁살. 그로부터 정보를 입수해 22만달러어치의 주식을 매각한 여성 CEO 마사 스튜어트도 조사 대상이다. 지난해 AOL타임워너 주식이 80% 가까이 떨어지기 전 1억달러 상당의 주식을 매각한 스티븐 케이스 회장도 내부자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금융중심가인 뉴욕의 상류층 모임에서는 불법적인 내부정보 교환이 ‘범죄’가 아닌 ‘문화’로까지 자리잡아가고 있을 정도로 내부자거래가 만연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CEO들은 신분 과시 수단으로 내부정보를 이용하고 있으며 최근의 증시 하락세로 인해 매입 정보보다는 매도 정보가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분식회계보다 내부자거래가 훨씬 처벌하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영자가 특정 기밀정보를 미리 알고 있고 있었는지 여부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뉴욕 검찰은 임클론의 주식을 매각한 스튜어트씨에게 내부자거래 혐의를 두고 있으면서도 정작 기소 때는 사법방해와 위증 혐의를 적용했다. 경영자가 미리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정기적으로 주식을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SEC의 ‘세이프 하버’ 규정도 내부자거래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영자들은 설사 내부 정보에 의해 주식을 매각했더라도 ‘세이프 하버’ 규정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SEC는 내부자거래를 사전 방지하기 위해 경영인들의 주식과 스톡옵션 보유 기간을 연장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내부자거래 전력이 있는 경영자의 재취업을 막고 내부자거래를 통해 얻은 수익의 2∼3배를 벌금으로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내부자 거래 의혹을 사고 있는 주요 경영인
 소속 회사 직책주식 매각액
케네스 레이엔론전 회장2000만달러
스콧 설리반월드컴전 CFO4400만달러
스티븐 케이스AOL타임워너회장1억달러
새뮤얼 왁살임클론전 CEO1000만달러
마사 스튜어트마사스튜어트리빙옴니미디어CEO22만달러
조지 매터스카레커전 수석부사장1400만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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