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문상을 가기 위해 서울 지하철 1호선 명학역에 내려 나오려는데 흑인청년이 다급한 표정으로 다가오더니 화장실을 묻는 것이었다. 역전 바로 옆에 ‘동양벤처스텔’이라는 빌딩이 보이기에 그를 데리고 들어가 화장실 문을 여니 잠겨 있었다. 마침 빌딩 안 음식점에서 주인에게 화장실 이용을 부탁하니 자기네 손님만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외국인을 전철역 화장실로 안내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그 음식점으로 찾아가 “지금이 월드컵 행사 중인데 화장실을 개방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그런데 그 주인은 역전이라 관리가 어려워 모든 가게에서 결의한 사항이라며 안 된다고 했다. 없는 화장실도 새로 지어 예쁘게 꾸미고 공짜음식까지 제공하며 정부와 온 국민이 친절한 손님맞이에 노력하고 있는 이 때 있는 화장실마저 걸어 잠그는 인심이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