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일본]“16강 기쁨도 공동”

  • 입력 2002년 6월 15일 23시 08분


한국의 16강 진출에 대한 일본 언론의 보도 태도가 주목할 만하다. 신문을 통해 나타난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한국을 ‘외국 중의 하나’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5일자 모든 신문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은 ‘일본 결승 토너먼트 진출’이었으나 그 다음 제목은 ‘한국도 첫 16강’ ‘한국도 1차 돌파’ ‘공동개최 한국도 D조 1위 통과’ 등이었다.

포르투갈과의 경기에 대해서도 ‘한국, 이만큼 성장했다-세계의 어떤 강호에도 이길 수 있는 자신 있다’(아사히), ‘한국, 의지 보여줬다’(요미우리), ‘한국, 끝까지 공격’(마이니치), ‘한국 밀어붙여 쾌승’(산케이) 등의 제목으로 한국이 공격축구로 당당하게 승리를 이끌어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16강 진출도 한일 양국이 함께 나눠야 할 기쁨이며 감격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신문들은 ‘일한 약동, 정말 꿈같다-밤하늘에 아리랑 울려퍼지다’ ‘일한의 꿈이 하나로 되다-다음은 8강이다’ ‘기쁨도 일한 공동개최’라는 제목을 달았다.

사설들은 한일 공동개최의 의의를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은 “복잡한 역사를 짊어지고 온 양국민이지만, 지금까지 TV 앞에서 서로 성원을 보내온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월드컵의 역사적 공동개최의 의의가 더욱 커졌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힘내라 일본, 힘내라 한국”이라고 썼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도 한국도 정말 잘했다. 양국 모두 일거에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훌륭한 분위기의 대회가 됐다…드디어 결승 토너먼트다. 그곳에는 일본도 한국도 있다. 행복한 일이다. 앞으로 조금 더 가슴이 뜨거워지는 날을 즐기고 싶다”며 16강 토너먼트에서의 선전을 기대했다.

도쿄신문은 “일한의 서포터스가 서로를 격려하며, 새로운 공통역사의 토대를 쌓아가고 있다. 비록 작은 싹이긴 하지만, 잘 길러가고 싶다”며 이번 월드컵이 한일 양국의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원했다.

일본에서도 한때 공동개최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없지 않았다. 일본이 먼저 유치활동에 나섰다는 점도 있지만 껄끄러운 한일관계 때문에 제대로 대회를 치를 수 있을지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 요즘에는 그런 말보다는 “공동개최하길 잘했다”는 목소리가 더 많이 들리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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