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골 합작 이영표]부상털고 훨훨… 천금의 어시스트

  • 입력 2002년 6월 15일 01시 49분


포르투갈의 원톱 스트라이커는 폴란드전에서 무려 3골을 터뜨린 파울레타. 하지만 파울레타의 득점포는 양날개 피구와 콘세이상의 지원이 있어야만 비로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날 파울레타의 득점포는 끝내 침묵하고 말았다. 피구의 발이 송종국의 스피드에 꽁꽁 묶였고 콘세이상의 순간 역습 역시 ‘꾀돌이’ 이영표(25·안양 LG)의 레이더망을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왼쪽 장딴지 부상으로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 첫 두 경기를 놓친 이영표의 한풀이는 철벽 수비만으론 부족했다. 전반 3분 만에 포르투갈 페널티지역 왼쪽 정면에서 골대를 살짝 빗나간 한국의 첫 슛을 날리더니 후반 25분 포르투갈 왼쪽 수비라인을 돌파해 밀집 수비를 넘기는 곡사포 같은 센터링으로 기어이 박지성의 결승골을 합작해냈다.

이날 이영표의 달라진 모습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과거 자신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던 지나친 드리블 묘기를 포기하고 송곳 같은 패스로 포르투갈의 허를 찔렀다. 전방 설기현이 볼을 뺏겼을 때도 어느새 볼은 다시 컴퓨터같이 상대 길목을 지킨 이영표의 발끝에 걸려 있었다.

이 같은 이영표의 변신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물 젖은 빵’ 작전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은 올 초 북중미골드컵대회부터 한동안 그를 교체멤버로 벤치에 주저앉혀 이을용과의 치열한 주전 경쟁을 유도했다.

이를 악문 이영표는 자신의 장점이자 단점을 과감히 고쳐나갔고 이후 유럽의 강호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프랑스와의 격전을 통해 한 단계 거듭난 모습을 보였다.

이영표의 화려한 복귀로 한국은 이제 완벽한 좌우 밸런스를 유지하며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 자신감 있게 나서게 됐다.

인천〓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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