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 16강 코리아!

  • 입력 2002년 6월 15일 01시 37분


드디어 해냈다. 월드컵축구 16강, 반세기 가깝게 꿈에서만 그려왔던 그곳에 우리가 조 1위로 당당하게 올랐다. 월드컵 본선 승리에 이은 16강 고지 등정, 우리 선수들은 그 두 가지 비원(悲願)을 모두 이뤘다. 지옥훈련을 이겨낸 태극전사들의 승리다. 한 덩어리가 되어 “필승, 코리아!”를 외친 국민 모두의 승리다. 지역, 계층, 세대의 벽을 넘어 한마음으로 한국 축구를 성원한 국민 모두가 자랑스럽다. 어느 때, 누가 우리에게 이렇게 큰 감격을 안겨준 적이 있었단 말인가.

어제 우리는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인 포르투갈을 1-0으로 꺾은 우리 선수들의 투혼은 감동적이었다. 이날 승리는 침착하게 슛을 성공시킨 박지성과 포르투갈 진영을 뒤흔든 공격, 그리고 몸을 내던지며 골을 지킨 수비가 함께 일궈낸 소중한 결실이다. 그들의 경기 모습에서 우리는 새로 태어난 전사들의 힘을 확인했다. 인내로 혹독한 훈련과정을 이겨낸 그들은 16강의 기쁨을 누릴 자격이 있다.

주위의 비판에도 흔들리지 않고 태극전사들을 강건하게 조련해낸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한다. 경기마다 뛰어난 용병술과 탁월한 전술로 우리에게 기대했던 성과를 안겨준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우리 국민이 보여준 성숙한 응원 매너는 16강 진출 못지않은 값진 성과다. 패배는 곧 예선 탈락을 의미했기에 경기장에서, 거리의 전광판 앞에서 펼쳐진 응원 열기는 폴란드 미국과의 경기 때보다 더 뜨거웠다. 그 양보할 수 없는 승부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뜨거운 격려와 냉정한 질서의식은 개최국 국민다운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이 절제된 국민적 열정은 우리 모두가 일궈낸 값진 시민정신이자 세계가 놀라는 코리아의 저력이기도 하다.

이제 한국 축구는 월드컵의 당당한 주역이 되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처음 참가한 이래 48년 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들러리 역할에 그쳤던 한국 축구였지만 이번 대회에서 2승 1무승부의 빛나는 승전보를 엮어내며 16강에 자리매김했다.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 내로라하는 강호들이 줄줄이 탈락한 좁은 문을 뚫은 우리 선수들에게는 그러나 또 다른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신화를 이어가자. 잠시 기쁨을 접고 또 하나의 승전보를 준비하자. 사흘 뒤 16강전에서 맞붙을 이탈리아는 FIFA 랭킹 6위에 월드컵을 세 차례나 차지한 세계 정상의 팀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한국 축구의 향상된 기량에 국민적 성원이 보태지면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빗장수비’도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이 아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선수들이 페어플레이 정신에 따라 오직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예선 세 경기에서 그랬듯이 다시 뜨거운 투혼으로 무장하자. 16강에 이은 8강 신화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또 한번 감격스러운 날을 맞고 싶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