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스테디셀러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150쇄를 돌파했다. ‘쇄’란 책을 한번 인쇄할 때마다 ‘1쇄’ ‘2쇄’하는 식으로 숫자를 추가해 가는 출판용어로 독자 주문이 이어져 150번에 걸쳐 책을 찍었다는 뜻. 이 책은 판매 부수로는 총 60만부를 기록해 크게 돋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1978년 첫선을 보인 이후 24년이 넘은 요즘에도 매달 1000, 2000부씩 팔려나가고 있는 점이 경이롭다. 국내 소설 중에 최인훈의 ‘광장’, 이청준의 ‘낮은 데로 임하소서’가 스테디셀러로 ‘난쏘공’과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 150쇄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작가 조세희가 쓴 이 소설은 70년대 소외된 도시빈민의 삶을 다뤄 대학가의 필독서로 꼽혔다. 동화적인 소설 제목은 문학적 상징성도 포함하고 있지만 유신시대 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고, 출판사에서는 책 표지를 최대한 우화적 분위기로 ‘포장’하려 했다고 전한다. 문학이 시대의 거울이라지만 이 소설은 70년대 우리 사회의 그늘을 거울처럼 생생히 보여준다. 당시 젊은이들은 이 소설에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다. 소설은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이었기에 함께 분노하고 슬퍼했다.
▷수십년 전 소설이 오늘날까지 사랑을 받는 것은 꼭 ‘잘 쓰여진 소설’이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요즘 정서와도 통하는 어떤 ‘공통 분모’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소외받는 삶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아닐까. 소설 주인공으로 나오는 난쟁이 가족들은 외친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우리 식구들은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날이 없다.’ 이들처럼 ‘천국’을 꿈꾸며 사는 사람들이 과거보다 줄었다고 해서 혹시 잊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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