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新聞]家族の話題によその國

  • 입력 2002년 6월 13일 23시 29분



▼다른 나라가 가족의 화제에

“중국이 졌어요.”

귀가하자마자 가족들이 처음으로 꺼낸 말이다.

“누구한테?”

“중국하고 싸웠던 나라에.”

폭소.

알고 보니 코스타리카였다. 일본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나라다. 듣자마자 잊어버리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게다.

월드컵이 시작되고 가족간의 대화가 늘었다. 축구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대화는 이기고 지는 것을 아는 것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의 승부가 화제에 오르는 것 자체가 신선하다. 올림픽 때도 가족간의 대화가 늘었지만 관심의 대상은 늘 일본이 이겼는가, 어땠는가에 국한된 것으로 기억한다. ‘일본’대 ‘외국’이라는 사고의 틀에 저절로 빠져들었던 것이다.

월드컵 조별리그는 자기 나라의 승부에만 신경을 쓰면 돌파할 수 있을지, 어떨지를 알 수 가 없다. 그래서인지 다른 나라들이 그냥 똑같은 외국이 아니고, 한 나라 한 나라가 개성이 넘치는 국가로 보이기 시작한다.

이바라키 가시마스타디움에서 보았던 아일랜드와 독일전에서는 녹색 셔츠를 입은 아일랜드 응원단의 박력에 압도당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영국의 지배를 받았고 신대륙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민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가혹한 역사가 이들을 열광적으로 응원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는 등의 생각을 해봤다.

나라마다 다른 개성을 느끼게 되면 왜 그런가하는 의문이 끓어 오르게 마련이다. 거기서부터 세계의 역사와 국제정치 등으로 대화가 진전된다면 최고의 가정교육이 될 것이다. 월드컵 주관 부서인 문부과학성도 만족해서 빙긋이 웃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냉엄하다. 어른들의 지식이 애매모호해서 대화가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목하, 화제의 중심은 선수들의 머리모양이다.

다카하시 마리코 논설위원

정리〓심규선 도쿄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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