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축구열기 못지않은 투표열기를

  • 입력 2002년 6월 12일 18시 40분


모두가 월드컵축구 열기에 파묻힌 가운데 지방선거일을 맞았다. 시도지사 등 4415명의 지역일꾼을 뽑는 오늘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살리고 키우기 위해 참으로 소중한 날이다. 오늘 유권자들은 투표장에 가는 일이 그 무엇보다 우선해서 할 일이다. 그래서 사상 최저의 투표율이 될 것이라는 걱정이 기우였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물론 월드컵이 선거에 대한 관심을 뒷전으로 밀어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연말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으로 삼은 중앙정치권이 과도하게 개입해 비방전만 계속한 것도 유권자들의 선거혐오증을 부채질한 요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는 한 표를 행사하는 데 소홀하면 안 된다. 지방자치의 생명은 국민의 참여와 감시에 있고 투표는 바로 이를 실현하는 것이다. 투표율이 낮으면 당선자의 주민대표성에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금품 등과 연결된 조직표에 의해 자격미달자가 뽑힐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우리의 지방자치가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직 단체장 248명 중 51명이 비리에 연루돼 사법처리된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투표율이 저조해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유권자의 책임이다.

투표는 좋은 후보를 당선시키는 수단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자격 없는 후보를 퇴출시키는 선별과정이다. 설령 마음에 꼭 드는 후보가 없더라도 차선의 인물을 골라 최소한 뽑혀서는 안될 사람이 당선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동시선거라 후보도 많고 누가 누구인지 알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찬찬히 따져보면 고르지 못할 것도 없다. 선관위가 각 가정에 보낸 후보자 홍보물을 조금만 정성을 갖고 읽어보면 후보의 수준과 자질을 어느 정도는 비교할 수 있다.

지방자치에 정말 필요한 사람은 지역사정을 잘 알고 행정력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다. 비방 흑색선전 돈 등을 이용해 표를 얻으려 한 후보는 표로써 심판해야 한다. 오늘은 축구열기 못지않은 투표열기를 보여주는 날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