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홈리 KPMG 법률서비스 亞太본부대표 인터뷰

  • 입력 2002년 6월 3일 18시 02분


미국 등 선진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회계법인의 ‘법률적(forensic) 서비스’가 한국에도 도입됐다. 세계 5대 회계법인인 KPMG의 한국 회원사 삼정KPMG 회계법인은 4월1일부터 이 서비스를 개시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서비스는 법무법인이 아닌 회계법인이 전문적인 조직을 갖추고 회계적 부정이나 분쟁으로 인한 고객기업의 피해를 미리 예방하는 활동. 사건이 일어난 뒤 신속하고 체계적인 조사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KPMG 법률서비스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호주 소재)의 데이비드 반 홈리 대표(사진)는 “기업이나 국가 조직이 국제화되고 전문화될수록 안팎의 부정행위로 인한 피해에 더 노출된다”며 “불법이나 분쟁의 상황에 놓인 모든 조직이 우리의 고객”이라고 말했다.

홈리 대표는 세계 21개국에 진출한 KPMG법률서비스 조직이 처리한 사건들을 예로 들었다. 수년 전 영국에서는 회사 돈을 횡령한 뒤 뉴질랜드로 출국하려던 한 최고경영자(CEO)가 공항에서 법률서비스조직에 붙잡혔다. 같은 시각 뉴질랜드 조직은 현지 은행에서 횡령의 증거인 계좌를 찾아 영국 경찰에 넘겼다.

홈리 대표는 “범죄가 국제화되면서 부정행위를 예방하고 진상을 밝혀야 하는 경찰과 검찰 등 국가기관의 능력은 갈수록 뒤처지는 추세”라며 “회계법인의 법률서비스는 고객과 수사기관을 함께 돕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호주 조직은 정부의 의뢰를 받아 기밀을 누설한 공무원을 내사하기도 했고 한 법률회사의 고위층 인사가 회사 돈을 빼돌린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홈리 대표는 “일반적으로 부정행위를 하는 내부자는 회사의 신임을 받는 남성으로서 10년 이상 일하고 돈이 필요한 개인적 사정이 생긴 40대 초반의 중간관리자가 많다”며 “부정행위의 조짐을 사전에 감지하는 내부 시스템을 만들고 부정행위가 꼭 적발된다는 경각심을 심는 것도 중요한 업무”라고 말했다.

KPMG법률서비스는 민사사건에도 개입한다. 미국 KPMG는 현재 뉴욕시의 의뢰를 받아 9·11테러로 인한 개인과 회사의 보상청구가 적정한지를 심사했다. 또 해외투자기업과 현지기업의 이익배분 분쟁 등에 중재자로 나서기도 한다.

1000여명에 이르는 KPMG법률서비스 직원은 효과적인 조사와 분석을 위해 회계사와 전직 경찰관, 컴퓨터 전문가, 변호사, 항공공학자, 인터뷰 전문가 등으로 구성됐다.

KPMG삼정의 법률서비스 조직은 한국 공인회계사와 미국 MBA 및 로스쿨을 나온 7명으로 출범했다. 김범석 상무는 “외국계 기업을 시작으로 고객을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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