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화경/축구 도박

  • 입력 2002년 5월 31일 18시 42분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가 열리는 10월이면 미국은 베팅 열풍에 빠져든다. 대박을 좇는 전문 꾼들은 물론이고 일반 팬까지 너도나도 지갑을 연다. 경기마다 이기는 팀 맞히기, 홈런타자 맞히기는 기본이고, 어느 팀이 몇 이닝까지 몇 점 차로 이기느냐를 놓고도 돈을 건다. 프로야구뿐만이 아니다. 농구 아이스하키 골프 등 굵직한 프로 스포츠에는 예외 없이 돈이 걸린다.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쯤 되면 판돈 규모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요즘은 현장 도박 외에 인터넷 도박까지 성업 중이어서 지난해 네티즌이 날린 돈이 30억달러에 이른다니 가히 스포츠 도박의 천국이다.

▷베팅을 적당하게만 하면 경기 보는 재미가 두 배로 늘어난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돈 잃으면 본전 생각 나서 판을 키우는 게 도박의 속성이다. 그러다 보니 도박조직과 손잡고 승부를 조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메이저리그 최다안타기록 보유자로 신시내티 레즈 감독을 맡았던 피트 로즈가 1989년 제명된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경마 기수나 경륜 선수에게 돈을 건네고 순위를 조작했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을 만큼 도박의 유혹은 강하고도 질기다.

▷축구도박은 유럽에서 성행한다. 특히 축구 종주국인 영국에서는 축구도박이 합법화되어 있어 윌리엄힐 레드브록스 등 정식으로 간판을 내건 회사들이 수두룩하다. 이들의 분석은 정확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배당률을 잘못 계산해 엄청난 대박이 터졌다가는 회사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1998년 월드컵 때는 프랑스 대신 브라질을 우승팀으로 꼽았다가 망신을 당했다. 1992년 유럽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는 덴마크가 독일을 꺾는 바람에 돈을 건 사람들은 100배가 넘는 대박을 챙겼지만 도박회사들은 낭패를 봤다.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 전망을 놓고 예측이 엇갈린다. 미국 CBS방송과 영국의 더 타임스는 긍정적인 반면 AP통신과 일본 교도통신은 한국 대신 폴란드를 꼽는다. 영국의 축구도박회사인 브룩스힐도 부정적이다. D조 순위를 포르투갈 폴란드 한국 미국의 순으로 매겼으니 이대로라면 우리가 예선탈락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신경쓸 일이 아니다. 아무리 족집게 같다는 도박사도 신이 아닌 인간이다. 게다가 전문가 중의 전문가라는 각 팀 감독들이 한국팀의 달라진 모습에 모두 혀를 내두르고 있지 않은가. 사흘 뒤 1차전에서 우리가 폴란드를 꺾으면 브룩스힐은 땅을 쳐야 할 게다.

최화경 논설위원 bb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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