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한일 공동개최 첫 제안 日언론인 와카미야

  • 입력 2002년 5월 27일 18시 35분


31일 서울에서 열리는 월드컵 개막식에 대한축구협회 초청으로 참석하는 일본 언론인이 있다. 아사히신문의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54·사진) 논설 부주간이다.

그가 초청받은 이유는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가 결정되기 1년 전인 95년 6월에 쓴 사설 때문. 그는 사설에서 월드컵의 한일 공동개최를 제안했다. 양국이 단독유치를 위해 경쟁하고 있던 중에, 그것도 한국보다 몇 년이나 앞서 유치 의사를 밝힌 일본에서 이런 사설을 쓴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했다.

“지금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하기 위해 서로 다투고 있지만 차라리 공동개최를 목표로 하는 것이 좋다. 경기장은 일본과 한국의 도시에 분산시키고 결승전은 추첨이라도 하자. …장애야 많지만 실현만 된다면 획기적인 기념비가 될 것이다”라고 그는 사설에 썼다.

나중에 와카미야 부주간은 “당시 한쪽이 개최권을 따내면 양국관계는 더 어려워질 것이 틀림없었고, 21세기를 맞아 양국 우호를 위해서는 공동개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사설은 회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기 때문에 나 혼자서 썼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인터뷰를 꺼렸다. 그러나 그가 ‘한국통’이 아니었다면 이런 사설을 쓰겠다는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그는 81년 9월부터 1년간 연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를 했고, 93년부터는 한일포럼의 일본측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공동개최 제안은 일과성이 아니었다. 그는 다음달 또다시 사설에서 “공동개최가 성사된다면 경기 중 일부를 평양에서 개최하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했다. 96년 6월 공동개최결정 직후에는 정치부장으로서 이를 환영하는 칼럼을 썼다.

와카미야 부주간은 “준비과정에 약간의 문제점은 있었지만 공동개최의 정신은 맥맥히 이어져 내려왔다”고 평가했다. 월드컵 이후 한일관계가 냉각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이벤트 자체가 목적이 아니므로 양국이 협력해서 큰일을 성공시켰다는 것을 소중히 여기면 된다”며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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