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후원금이면 모두 떳떳한가

  • 입력 2002년 5월 22일 17시 59분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광범위한 정관계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이 전현직 국회의원 21명에게 수백만원씩의 후원금을 준 사실이 밝혀졌다. 기업이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준 사실이 정치자금법상으로는 문제가 안 되더라도 전달시기와 의원들의 면면으로 볼 때 이번 일에는 개운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민간업자가 복표사업을 할 수 있도록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되고, TPI가 사업자로 최종 선정된 시점을 전후해 집중 전달됐다. 후원금을 받은 의원 중 상당수는 국회 관련상임위인 문화관광위원과 당의 정책관계자들이다. 여기에 법 개정과 사업자 선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졌고 국정감사에서도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후원금과 받은 액수 간에 차이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고, 돈을 받고도 명단에는 빠진 의원도 있다. 이는 실제로 정치권에 제공된 자금은 엄청난 규모일 것이라는 시각을 뒷받침해준다. 평소에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다가 특정시기에 특정의원들에게 이처럼 집중적으로 돈을 전달했고 그 후에 일이 잘 풀렸다면 누구라도 대가성 로비자금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익이 있는 기업이나 개인이 특별한 조건 없이 의원이나 정당에 후원금을 내는 것은 건전한 정치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 정치자금법상 후원금제도를 둔 것도 바로 이 때문이고 이것이 정치자금 투명화에 기여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TPI가 의원들에게 준 돈은 이와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데 있다.

사용명세가 공개되지도 않은 데다 영수증 하나면 심지어 검은돈도 면죄부를 받는 현행 후원금제도에는 문제가 있다. 의원들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스스로 돌려주는 등 나름대로 윤리의식을 가다듬어야 한다. 아무리 후원금이라도 대가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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