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토론마당]월드컵 대표팀 병역혜택

  • 입력 2002년 5월 21일 18시 34분


▼국민염원 16강… 선수 사기충천 위해 필요▼

월드컵 16강 진출은 우리나라의 국가적 과제이며 국민적 열망이다. 더구나 이번 2002월드컵 개최국으로서 최상의 전력과 홈그라운드의 이점 등 전 국민의 뜨거운 성원과 관심이 결집된 마당에 16강 진입은 꿈만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일이라 여겨진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16강에 진입한다면 4년 후 다음 월드컵에서는 8강, 4강도 넘볼 수 있는 힘과 기술도 갖추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16강 목표를 달성한 대표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을 준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며 기술 연마의 중단이 없고 사기가 충천해 다음 목표 달성에 한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분야에서 병역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국민의 열망을 달성하고 더 큰 목표를 향해 훈련을 아끼지 않는 월드컵 출전 선수는 군복무를 하는 것보다 더 큰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부담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국민의 의무이행에 특혜를 준다는 형평성 문제가 있지만 특수한 경우의 예외가 있을 수 있다.

박홍민 전남 순천시 저전동

▼병역의무 마친 선수들과 형평성 안 맞아▼

국민이 져야 할 의무 중에는 계층과 신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있고 국민 모두 빠짐없이 짊어져야 할 것이 있다. ‘국가가 존재해야 국민이 존재한다’는 논리에서 볼 때 병역의 의무야말로 모든 국민이 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월드컵이 국가적 대사임이 분명하지만 행사를 코앞에 두고 선수들의 병역특혜를 논하는 것은 다분히 일회적이며 선심성으로 비칠 수 있고 이미 병역의 의무를 마친 선수들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중대한 병역의무의 문제가 시도 때도 없이 논란거리가 되면 자칫 가벼운 문제로 비칠 우려가 있다. 축구뿐만 아니라 스포츠 이외의 분야에서도 국위를 선양한 사람이 얼마든지 있고 또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병역특혜가 논란의 대상이 된다면 어느 누가 병역의무에 기쁜 마음과 사명감을 갖고 임할 수 있겠는가. 병역은 어떤 성과나 특기로 인해 면제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형평에서 절대성을 유지해야 한다.

남상욱 교사·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1동

▼포상금 주는데 병역혜택까지 줘야 하나▼

결론부터 말해서 이번 월드컵 16강 진출시 대표선수들에게 병역혜택을 부여하자는 일부의 견해에 대해 흔쾌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좋은 일을 했을 때 금전 등의 보상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되었다. 물론 축구협회나 기타 단체에서 16강 진출시 금전적으로 선수들에게 어떤 약속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의무인 병역문제를 이와 연관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가 군 입대를 거부했을 때 미국에서는 챔피언타이틀 박탈조치와 그 외의 불이익을 그 선수에게 안겨주었다. 그때 미국 국민 누구도 그 선수가 미국의 훌륭한 권투선수니까 그에게 병역혜택을 주자는 말을 쉽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축구국가 대표선수들은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선수들이다. 국민의 당연한 병역의무에 대해 그들에게 병역혜택을 부여하지 않아도 16강 진출시 그들에게는 상당한 혜택이 돌아갈 것이 틀림없다.

하정봉 공무원·서울 강서구 등촌동

▼묵묵히 근무하는 군인들 사기 저하 우려▼

눈앞에 다가온 ‘2002 한일 월드컵 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의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16강에 진출했다고 해서 대표선수들에게 병역의무를 면제해 주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얼마 전 인기절정을 달렸던 가수 유승준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편법을 동원해 병역의무를 피해갔을 때 우리 국민 모두 공분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이를 볼 때 우리 사회에서 병역에 관한 화두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지금 이 시간에도 휴전선을 경계로 하여 첨예한 대치가 이뤄지고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다. 월드컵 대회에서 우리 국가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는 염원이 이루어진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그리 된다면 그에 걸맞은 포상을 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병역의무의 면제라는 선물까지 부여한다는 건 너무 앞서나가는 행보가 아닐까 싶다.

이런저런 이유로 병역혜택을 남발하는 것은 결국 묵묵히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대다수 군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홍경석 대전 동구 성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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