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SK, KT지분 최대 확보…향후 통신업계 판도

  • 입력 2002년 5월 21일 17시 13분


KT(옛 한국통신)의 민영화를 위한 정부보유 지분매각이 마무리되면서 앞으로 국내 통신시장의 '새 지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서로 견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상대방 지분을 확보했기 때문에 무선 및 유선통신분야 최강자의 위치는 유지될 전망이다. 삼성 등 새로운 대기업의 통신시장 참여로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뒤엎은 것.

이제 남은 것은 한국전력 자회사인 파워콤의 입찰. 5개 컨소시엄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파워콤 입찰이 마무리되면 통신시장은 'SK·KT·파워콤을 인수한 제 3의 사업자'라는 '3강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통신업계의 '양강(兩强) 체제'=SK텔레콤이 이번에 거둔 최대 성과는 잠재적 경쟁자인 삼성의 KT 사외이사 참여를 봉쇄한 것. SK텔레콤이 17일부터 시작된 입찰에서 '말 바꾸기'에 따른 비판을 무릅쓰고 지분을 11.34%까지 늘린 것도 삼성에 대한 견제 성격이 짙다.

SK텔레콤은 당분간은 '무선 업계 최강'으로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 네이트닷컴을 회원수가 많은 포털사이트와 합병한 뒤 유·무선을 아우르는 포털사업체로 키울 생각이다. 유선통신사업에 본격진출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강조하지만 일단 KT의 최대 주주로서 '한 발'을 걸쳐놨다는 점은 주목된다. SK그룹은 반세기에 걸친 그룹의 역사상 인수 합병을 통해 성장한 전통을 이번에도 이어갔다는 평가다.

KT는 민영화 이후에도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면서 유무선 사업을 함께 '성장엔진'으로 키울 방침이다. 유선전화 사업은 '대(對)국민 서비스' 측면이 강해 민간기업으로서 수익성을 맞추기는 힘들다고 판단하기 때문.

KT는 유선과 무선의 장점을 살리도록 초고속인터넷·유무선통합·포털사이트·인터넷 전화와 같은 인터넷 프로토콜(IP) 사업 등 4개 사업을 집중육성할 방침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경영권을 둘러싼 내부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LG전자는 당초 3%이상 지분을 가진 대기업에 사외이사 추천권을 주려던 방침을 바꿀 예정인 정통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 만일 규정이 2%이상으로 낮아지면 LG전자는 통신장비 최대 납품업체인 KT 경영에 일정부분 관여할 수 있게 된다.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파워콤 인수업체=KT에 맞먹는 통신망을 가진 파워콤의 전략지분(30%, 4800만주)이 민간에 팔리면 단번에 통신시장은 2강구도에서 3강구도로 바뀐다.

현재 LG그룹 계열사인 데이콤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을 비롯해 하나로통신·AIG 컨소시엄, 온세통신, 두루넷, 신한맥쿼리 등이 파워콤에 대한 실사(實査)를 진행중이다. 다음달 11일 입찰가격을 써내며 17일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한 뒤 말일까지는 계약서를 체결한다. 만일 유찰되면 수의계약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입찰에서는 최근 입찰참여를 전격선언한 데이콤 컨소시엄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해외펀드를 규합한데다 유상증자도 순조로와 자금여력이 충분하기 때문. 유선의 데이콤과 무선의 LG텔레콤을 가진 LG그룹이 통신시장의 한 축으로 떠오르면 KT와 SK텔레콤에 맞설 제 3의 통신업체를 육성한다는 정부 구상과도 맞아떨어진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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