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명건/"검찰이 '우리 편'만…"

  • 입력 2002년 5월 19일 18시 11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측과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최근 검찰의 김홍걸(金弘傑)씨 소환을 전후해 검찰을 ‘야당의 시녀’와 ‘한나라당의 하수기관’이라고 비난했다.

사실상 집권 여당의 주역들이 한목소리로 검찰을 비난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검찰이 ‘최규선(崔圭善) 게이트’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와 관련된 단서를 확보하고도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의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씨가 한나라당 측에 20만달러를 줬다는 간접적인 진술이 있는데도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큰 목소리’에 눌려 최씨를 제대로 추궁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다.

민주당의 다른 인사들은 또 “검찰이 ‘우리편’만 심하게 조지고 있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이 같은 불만과 비난에는 적잖은 문제점이 있다. 우선 한나라당과 관련된 의혹은 수사가 계속 진행중이다. 검찰은 18일 공식 브리핑에서도 “관련자 소환 일정은 안 잡혔지만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의혹을 처음 제기한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은 아직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우리편’에 대한 수사도 그렇다. 그 사안은 모두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해서 파헤친 것이 아니다. 김홍걸씨에 대한 수사는 최씨와 그의 비서의 폭로로 촉발돼 진행된 것이고 김홍업(金弘業)씨에 대한 수사도 ‘이용호(李容湖) 게이트’ 재수사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권노갑(權魯甲)씨에 대한 수사도 검찰로서는 ‘재수’ 끝에 이뤄낸 것이다.

국민의 정부 들어서 검찰이 ‘정치의 시녀’라는 비난을 계속 받아왔지만 노 후보 측이나 한 대표 모두 침묵해왔다. 그러다가 이제 검찰 수사결과가 ‘그들편’에 불리해지자 갑자기 검찰을 비난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

검찰에서는 ‘정치검사’들을 통해 검찰 수사를 좌우하던 여권이 정치검사의 몰락으로 ‘끈’이 떨어지자 ‘금단(禁斷)현상’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건기자 사회1부 gun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