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스타]검은대륙의 날쌘 '치타' 남아공 매카시

  • 입력 2002년 5월 14일 18시 15분


유럽과 남미가 장악하고있는 월드컵 무대에서 아프리카는 1970년대까지 들러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80년대 들어 본선 티켓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카메룬과 나이지리아를 앞세워 ‘검은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90년대 후반에는 남아공이 그 바통을 건네받은 양상이다.

남아공은 96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우승했고 98년 프랑스월드컵에 사상 처음으로 출전, 2무1패로 선전했다. 최근 5년 동안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도 30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었다.

남아공이 이처럼 축구 후진국에서 신흥 강국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배경으로 ‘젊은 골잡이’ 베네딕트 매카시(25)를 빼면 별로 할 얘기가 없다.

케이프타운의 암흑가에 자라난 매카시는 불우한 소년 시절을 견뎌내고 세븐 스타라는 2부 리그 팀에서 축구선수로 뛰었다. 말이 좋아 프로였지 먼지가 풀풀 나는 경기장에 양들이 풀을 뜯는 가운데 공을 찼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군계일학의 활약을 펼쳐 97년 20세의 나이로 처음 대표팀에 뽑혔다. 97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은 그가 일약 유망주로 주목받은 무대. 당시 7골을 터뜨리며 공동 득점왕에 오르면서 유럽 스카우트의 관심을 끌었고 네덜란드의 명문 아약스 암스테르담에 입단, 두 시즌을 뛰며 선진 축구를 익혔다. 아약스 유니폼을 입고 35경기에서 20골을 기록하며 가공할 득점력을 과시한 그는 98프랑스월드컵에 출전, 덴마크전에서 남아공 축구 사상 첫 월드컵 득점의 주인공으로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99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셀티비고로 이적한 뒤 지난 해 12월에는 포르투갈 1부 리그 포르토에 임대 선수로 둥지를 옮겼다. 매카시 영입에 팔을 걷어붙였던 포르토는 1000만달러를 웃도는 이적료를 치를 여력이 없어 궁여지책을 썼다.

매카시는 뜨거운 애국심으로도 유명했다. 축구의 본고장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팀들로부터도 러브콜을 받았으나 번번이 거절했다. 남아공이 출전하는 A매치에 75% 이상을 출전할 수 있어야 입단계약을 할 수 있다고 버텼기 때문.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도 남아공 유니폼을 입고 나선 맥카시는 “내가 프로 선수의 길을 걷게 된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올림픽 같은 큰 대회에 나서기 위해서였다”며 “이제 꿈 하나를 이룬 셈”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1m82, 77㎏의 빼어난 체격 조건을 지니고 있으며 흑인 특유의 유연성에다 초원을 질주하는 치타를 떠올리게 하는 스피드가 장점. 유럽 무대에서 해트트릭을 밥먹듯 하는 ‘득점 기계’로 명성을 떨치며 한번 잡은 골 기회는 좀처럼 놓치는 법이 없다.

2002월드컵에서 남아공 국민의 염원 역시 한국과 똑같은 자국 팀의 16강 진출이다. 남아공이 그 희망을 이룬다면 그 중심에는 바로 매카시가 있을 것이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거친 입담-무모한 반칙 ‘악동’별명

남아공 축구대표팀은 ‘바파나 바파나(Bafana Bafana)’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 말은 남아공 줄루족 언어로 ‘소년들’이라는 뜻이다.

이런 귀여운 애칭을 지닌 대표팀에서 베네딕트 매카시는 ‘악동’으로 통한다. 워낙 다혈질로 ‘욱’하는 성격을 지녀 불만이라도 있으면 가슴속에 담아 두는 법이 없고 다 입 밖으로 내뱉기 일쑤다. 경기 도중에도 쉽게 흥분하는 까닭에 무모한 반칙으로 필요 없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

97년 모로코에서 열린 20세 이하 아프리카선수권에서는 5골로 득점왕에 등극했지만 정작 결승에서는 단 1초도 뛸 수 없었다. 경고 누적을 받아 벤치조차 않을 수 없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같은 축구선수인 매카시의 형은 동생을 달래느라 애를 먹을 때가 많았다.

독설로도 유명한 매카시는 지난달 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교체한 남아공축구협회를 공개 비난하기도 했다. 또 최근 사우디와의 평가전에서 패한 뒤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패배가 쓴 약이라고는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는 이런 실력으로 안 된다”며 일침을 놨다.

매카시의 유별난 언행은 때론 주위의 곤혹스럽게 사기도 하지만 축구에 대한 그의 각별한 열정은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듯 보인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매카시는 누구?

△출생지〓남아공 케이프타운

△생년월일〓1977년 11월12일

△체격〓1m82, 77㎏

△포지션〓스트라이커

△주요소속클럽〓네덜란드 아약스(98∼99시즌)-스페인 셀타비고(99∼2000,(2000∼2001시즌)-포르투갈 포르토 임대(2001∼2002시즌)

△주요경력〓98프랑스월드컵, 2000시드니올림픽 출전

△A매치 데뷔〓97년 6월4일 네덜란드전

△A매치 기록〓40경기 출전, 17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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