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금리와 주가, 경제여건 따라 나라마다 제각각

  • 입력 2002년 5월 13일 18시 09분


금리와 주가는 반드시 반비례할까.

금리와 주가가 반비례한다는 내용은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것으로 많은 증권투자자들이 상식처럼 생각하는 것. 그러나 금리와 주가가 반대로 움직인다는 확신이 서기 위해서는 해결돼야 할 몇 가지 조건들이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새로운 시각이다.

▽일본의 경우〓1990년대 일본에서는 주가와 금리가 동시에 하락했다. 그래프를 보면 뭐가 금리고 뭐가 주가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원론적으로는 금리가 하락하면 국민이 저축을 줄이는 대신(이자가 낮으므로) 소비를 늘리기 때문에 경기가 활발해진다. 그러나 90년대 일본은 달랐다. 지난해 일본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저축광인 일본 국민은 금리가 낮아질수록 오히려 “이자가 낮아져 미래의 소득이 줄어들었으니 더 많이 저축해야 한다”는 성향을 나타냈다. 결국 일본의 저금리정책은 경기도 부양하지 못했고 증시 침체 극복에도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일본식이냐 미국식이냐〓이 같은 현상은 일본 국민이 노후 대비를 워낙 철저히 해서 생기는 것. 일본 국민은 금리가 낮아질수록 더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을 한다. 반면 현금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크지 않고, 탄탄한 연금제도를 기반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크지 않은 미국 국민은 금리를 낮추면 소비가 바로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지적.

문제는 한국이 어느 경우에 가까우냐 하는 것이다. 불투명한 고용시장과 신뢰를 잃은 연금제도 탓에 노후에 대한 걱정은 일본 못지않게 높다. 따라서 단순히 저금리를 지속하면 소비가 늘어나고 이를 통해 증시가 부양될 것이라는 기대를 맹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증시가 확실한 장기적인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저금리〓증시로 자금 유입’이라는 공식도 100%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

강성모 동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금리와 증시의 반비례 관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 지속과 비효율적 고용시장 개선, 연금제도 개혁 등을 통해 경제 구조가 미국식에 가깝게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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