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광형/댐

  • 입력 2002년 5월 5일 19시 09분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물을 높은 곳에 저장해 위치에너지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댐(Dam)이다. 이렇게 확보된 위치에너지를 시간차를 두고 물 자체로 활용하기도 하고 발전기를 돌려 전기에너지로 바꾸어 이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에너지는 형태와 위치가 바뀌어도 그 물체 속에 존재하는 양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 ‘에너지보존법칙’이다. 위치에너지와 전기에너지를 서로 바꾸어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에너지보존법칙이 적용되는 한 가지 예다.

▷김제 ‘벽골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댐이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백제 비류왕 27년(330년)에 세워졌고 통일신라시대(790년)에 증축됐다고 한다. 높이가 최고 4.3m에 이르는 보(洑)를 3㎞까지 쌓아 물을 막아 농사철에 이용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만 받아서 농사를 짓던 당시의 의식수준과 기술수준에 비추어 보면 벽골제는 최첨단 농업기술의 산물이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흘러내리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을 당시 사람들에게는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이 첨단기술은 일본에까지 전해졌다는 기록이 있다.

▷벽골제는 흙을 쌓아 만든 댐이었다. 이 외에 댐에는 돌과 진흙을 섞어 쌓은 ‘사력(砂礫)댐’이 있고 콘크리트로 만든 댐도 있다. 소양강댐과 안동댐은 사력댐이고 청평댐이나 팔당댐은 콘크리트댐이다. 댐의 역학구조를 기준으로 나눠 보면 중력댐과 아치댐이 대표적이다. 중력댐은 댐의 자체 무게로 물의 압력에 견디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댐이 여기에 해당된다. 아치댐은 콘크리트를 재료로 해서 아치형으로 만든 댐이다. 위에서 누르는 지붕의 힘을 견디도록 설계된 ‘아치형 문’의 원리와 마찬가지로 물의 압력을 견딘다. 이 방식은 한국에는 없고 미국의 후버댐이 유명하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금강산댐과 ‘평화의 댐’은 재료로 보면 사력댐, 구조로 보면 중력댐이다. 특히 금강산댐은 한번 물이 넘치기 시작하면 댐이 씻겨 내려 붕괴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걱정거리다. 무엇보다 북한사람들이 얼마나 부실하게 댐을 만들었기에 벌써부터 댐 곳곳이 함몰되고 물이 새는지 한심스럽다. 북한 측도 이 ‘부실공사’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당장 이 부실의 피해는 우리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결코 예삿일이 아니다.

이광형 객원논설위원 KAIST 미래산업 석좌교수

khlee@if.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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