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오피스텔 분양열기 급랭

  • 입력 2002년 5월 5일 17시 37분


경기 고양시에 문을 연 한 오피스텔 모델하우스
경기 고양시에 문을 연 한 오피스텔 모델하우스
【오피스텔 분양시장이 얼어붙었다. 올 1월만 해도 모델하우스 개관 전에 물량이 다 팔리거나, 청약 대기자들이 밤샘 줄서기를 하는 등 과열양상까지 빚었지만 지난달부터는 오피스텔이 팔리지 않아 업체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특히 분양열기에 힘입어 미리 땅을 사놓은 소형 시행사들은 분양시기를 잡지 못한 채 심각한 자금난에 처한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줄도산할 가능성도 높다는 게 업계의 염려다.】

▽분양시장 꺾였다〓분양률 하락은 서울보다는 수도권 신도시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3월 경기 고양시 일산에 모델하우스를 연 A사는 아직까지 전체 물량의 절반도 팔지 못했다. 인근에서 분양중인 B사도 계약률이 30%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A사 관계자는 “중도금 무이자 융자까지 동원하는 등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방문객이 줄어 고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현상은 평촌이나 산본 등 다른 신도시는 물론 안양 등 수도권 외곽에 새로 선보이는 오피스텔에서도 마찬가지다.

R컨설팅 관계자는 “서울에서도 일부 지역에 선보이는 오피스텔만 관심을 끌뿐 서울 변두리와 경기도 지역에서는 분양열기가 완전히 꺾였다”고 설명했다.

오피스텔 분양권값도 약세다. 작년 말 서울 강남구에 공급된 C오피스텔 17평형은 프리미엄이 전혀 붙지 않은 채 시장에 나와 있지만 매물이 적체 상태다.

일반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텔 분양시장이 예상보다 일찍 침체된 이유는 무엇보다 정부의 강력한 투기수요 차단 때문.

서울시에 이어 건설교통부도 최근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자 상대적으로 수요기반이 취약한 오피스텔 시장이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가건설 차진태 사장은 “선착순 분양이 금지돼 마케팅이 힘든 데다 시중 집값이 보합세를 보이면서 오피스텔 수요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작년 이후 수도권에만 4만여실 이상 신규 분양돼 공급 과잉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건설경기지수 상승세 주춤〓오피스텔 시장이 한풀 꺾이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던 건설경기도 주춤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경기실사지수(건설BSI)는 121.2로 3월의 121.1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건설BSI는 1월 93.4에서 2월 110.4로 급등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발표된 이후 건설경기 상승세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체감경기가 전월보다 상승했음을 의미하며 100 이하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시행사 부도 염려〓최근에는 건설업체마저 오피스텔 시공권 수주를 꺼리고 있어 시행사들의 부도도 염려되고 있다.

통상 시행사는 땅값 중 일부만 계약금으로 치르고 나머지는 건설사에서 대여금을 받아 지불한다. 계약금도 차입을 통해 조달하는 경우가 많아 사업이 연기되거나 건설사와 시공계약을 맺지 못하면 심각한 자금압박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대우건설 차영기 팀장은 “올 초만 해도 시행사가 사업을 의뢰하면 대부분 수주했지만 지금은 이미 협상이 상당부분 진척된 사업도 원점에서 다시 심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분양대행사인 S사 관계자는 “이미 몇몇 회사가 부도 직전이라는 소문이 일고 있다”며 “올 하반기부터는 시행사 도산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지금 사업을 하려는 시행사 대부분은 땅값이 오를 대로 오른 가격에 사뒀기 때문에 자금난이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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