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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18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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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6월15일 열린 스웨덴월드컵 브라질-소련의 4조 예선 마지막경기. 브라질의 페올라 감독은 오스트리아를 3-0으로 꺾었지만 잉글랜드전에서 0-0으로 비기며 득점력 부재를 보이는 팀에 활약을 불어넣기 위해 18세의 ‘에드손 아란데스 도 나시멘토’란 무명 소년을 기용하는 강수를 뒀다.
브라질의 엔트리가 발표됐을 때 관중석엔 당연히 웅성거림이 일었다. 18세 청소년 선수에게 의존해야할 만큼 브라질에 인재가 없느냐는 동정의 목소리였다. 브라질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대동한 주앙 카르발랴에스 심리학 교수도 “아직 어리고 책임감이 결여된 선수를 출전시키면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하다”라며 말렸다. 그러나 페올라 감독은 “당신이 심리학은 잘 알지 모르겠지만 축구는 나보다 모른다”라며 그 소년을 투입했다.
페올라 감독의 승부수는 대성공을 거뒀다. 그 소년은 비록 득점을 못올렸지만 가린샤, 디디, 바바 등과 함께 지금까지 월드컵 사상 최고의 골키퍼로 평가 받고 있는 야신이 지키고 있던 소련의 문전을 유린해 2-0 완승을 이끌었다. 2년전 멜버른 올림픽에서 우승한 강호 소련은 이 무명 소년의 발재간에 넋이 나가 힘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브라질 언론들은 이 무명 소년을 ‘축구의 진주(펠레)’라고 칭송했고 이 소년이 바로 ‘축구 황제’ 펠레였다.
브라질 국내에서 ‘어디서나 마술을 일궈내는 소년’으로 통했던 펠레. 이제 갓 우물에서 벗어나 망망대해로 나온 상태였지만 거칠 것이 없었다. 웨일즈와의 8강전에서 결승골, 프랑스와의 준결승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브라질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리고 스웨덴과의 결승전(5-2 브라질 승)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브라질의 5점중 2점을 뽑은 펠레. 월드컵 역사상 가장 아름다웠다는 펠레의 작품도 이 5골중에 있었다. 2-1로 앞서던 후반 11분. 높이 떠오른 공을 허벅지로 받은 펠레는 공을 다시 머리 위로 뜨게 해서 상대방을 따돌린 뒤 떨어지는 공을 또다시 공중에서 잡아 슛을 날리는 환상의 묘기를 연출했다. 땅에 한번도 닿지 않은 이 공이 스웨덴 수비진을 뚫고 문전으로 보기 좋게 빨려 들자 ‘적군’ 스웨덴 관중들도 이 흑인 소년 펠레의 놀라운 개인기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독일축구의 ‘카이저(황제)’ 베켄바워는 훗날 펠레를 두고 “누구와도 절대로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위대한 선수”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문가들도 아직까지 감히 펠레에 근접할 선수는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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