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KAL 다시 난다…안전투자 강화로 ‘사고’ 이미지 씻어

  • 입력 2002년 3월 13일 17시 28분


잦은 사고, 고강도 세무조사와 수천억원대 세금 추징, 국가 항공안전등급 하락, 9·11테러로 인한 항공기 탑승 기피. 대한항공이 끝없이 계속될 것 같던 ‘하강’을 멈추고 최근 다시 날아오르기 위한 날개를 폈다.

대한항공은 이르면 이번주 안으로 델타항공과 함께 반독점면제(ATI) 신청서를 미국 교통부에 낼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이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두 항공사가 항공 스케줄을 자유롭게 협의 조정하고 공동마케팅을 펼 수 있어 태평양노선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ATI 승인을 받으려면 통상 5∼6개월이 걸린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에어프랑스가 4월 1일부터, 델타항공이 5월 1일부터 대한항공과의 좌석 공유를 재개키로 했기 때문에 국제 협력을 통해 월드컵 특수(特需)를 극대화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대한항공이 국제적인 항공사로 발돋움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사고 항공사’ 이미지도 빠르게 씻어내고 있다.

2000년 1월 항공안전전문가인 해리 데이비드 그린버그 부사장을 영입하는 등 3년간 4000여억원을 안전부문에 투자했다. 이에 힘입어 1999년 12월 영국 런던 화물기 사고 뒤로는 인명 사고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미국 국방부는 99년 12월 직원들의 공무 출장시 대한항공 이용을 금지한 조치를 작년 11월 12일 철회했다.

유력 경제지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최근 “대한항공이 거듭된 사고에서 비롯된 나쁜 평판을 털어내는 좋은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증권 항공산업 애널리스트인 강두호 연구위원은 “대한항공이 안전 관련 규정을 국제기준보다 강화하고 안전 투자를 늘려 사고 발생 가능성을 크게 줄였다”고 평가했다.

작년은 외부경영환경이 최악인 한 해였지만 올 들어서는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9·11테러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71%에 머물던 국제선 승객탑승률은 올 2월에는 78%로 높아졌다.

대한항공 김호택 상무는 “비수기인 4∼5월에는 월드컵 관련 수요가 기대되는 데다 월드컵이 끝나면 곧바로 성수기에 접어들기 때문에 올해는 3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휴대전화 TFT-LCD 등의 수출 호조도 국제항공화물 운송 분야 세계 2위인 대한항공에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현상.

유가와 환율 등 불안요인이 아직 남아 있지만 이런 여러가지 호재(好材)에 힘입어 9·11테러 직후 4150원까지 떨어졌던 대한항공 주가는 최근 4배 수준인 1만6000원대로 뛰어올랐다.

삼성증권 강 연구위원은 “대한항공이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려면 노후 항공기 매각을 앞당겨 가동률을 높이고 차입금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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