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국회 또 파행…'野 사과' 정면대치

  • 입력 2002년 2월 25일 18시 01분


국회가 또 파행됐다. 지난주에는 민주당 송석찬(宋錫贊) 의원의 국회 대정부 질문에 대한 물리적 저지 시비 때문이었으나 이번에는 한나라당 원내총무의 사과 문구에 대한 해석 차이 때문이었다.

▽사과발언 논란〓오전 10시50분경 열린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국익을 훼손하거나 당리당략에 치우친 국회 발언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며 “송석찬 의원의 발언으로 국회가 중단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석에서 즉각 고함소리가 터져나왔다. 송영길(宋永吉) 의원 등은 “폭력행위에 대해 사과하라”며 책상을 내리쳤고, 장영달(張永達) 함승희(咸承熙) 의원 등은 “이런 식으로는 국회를 계속할 수 없다”며 자리를 박찼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우리가 사과할 게 뭐 있느냐”며 맞고함을 질렀다.

여야는 24일 한나라당 이 총무가 ‘사과 발언’을 하고 국회를 정상화시킨다는 데는 합의했으나 정확한 사과의 내용까지 조율하지 않은 탓에 벌어진 일이었다.

본회의가 정회되자 여야는 의원총회를 열어 상대당을 격렬히 비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건 사과가 아니라 공격이다. 한나라당이 총무간 합의를 배신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 총무는 “야당 총무로서 할 수 있는 최상의 사과였다”고 잘라 말했다.

▽여야절충 실패〓오후 2시경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총무단 협상에서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원내총무는 “이재오 총무가 마치 송석찬 의원의 발언 때문에 국회가 파행된 것처럼 말했다”며 “우리당 의원들이 워낙 격앙돼있어 다시 사과하지 않으면 국회에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박승국(朴承國) 수석부총무는 “그 정도 사과했으면 됐다”며 “선거법 등 처리를 위해 이제 국회를 열자”고 맞섰다.

지루한 말싸움만 계속되자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은 “국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국회의사당을 허물고 학교나 아파트를 짓자’는 글들이 무수히 올라있다는 점을 명심하라”며 합의를 종용했으나 ‘쇠귀에 경읽기’일 뿐이었다.

김정훈기자 jnghn @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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