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강남전세 의외로 여유있다

  • 입력 2002년 2월 25일 15시 48분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예년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남지역의 전세금 상승률은 서울 평균에도 못 미칠 정도로 안정된 반면 강북과 강서권의 전세금은 극심한 매물난으로 부르는 게 값일 정도이다.

이에 따라 전세난이 강남에서 시작해 외곽으로 확산되어 나간다는 지금까지의 공식도 깨져가고 있다.

▽강남 전세 의외의 여유 =올해 강남 전세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수요 감소 .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이른바 빅3 지역에 새로 전셋집을 찾는 수요가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수서지구 삼성공인 고창수 사장은 “삼성생명아파트의 경우 매물이 서너 개 나와 있지만 거래가 안 된다” 고 전했다.

전세 인기지역인 개포동 문정동 방배동도 마찬가지. 개포동 율산부동산 엄성규 사장은 “작년과 달리 물량은 있는데도 찾는 이가 없어 한 달째 대기중인 매물도 있다” 고 말했다.

새 아파트 입주율도 낮은 편이다. 완공 3개월이 지난 도곡동 삼성아파트는 25일 현재 732가구 가운데 539가구(73.63%)만 입주한 상태다. 전세수요자들이 선호하는 24평형도 144가구 가운데 101가구(70.14%)만 주인을 맞았고 나머지는 매물로 나와 있다.

이는 전세금 상승률에서도 잘 나타난다.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강남구 전세금의 주간 상승률은 딱 세 번만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특히 서초구는 1월 초를 제외하고는 줄곧 서울 평균을 밑돌고 있다.

▽강남 진입 포기=강남 전세수요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서는 전세금이 너무 올라 강남 진입을 포기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서 삼성생명아파트 31평형 전세금은 2년만에 무려 1억원이 오른 2억5000만원. 도곡동 삼성아파트 24평형은 평당 1000만원인 2억4000만원이다.

강북지역 30평형대 아파트의 매매가격이 2억원 남짓인 점을 감안하면 강북에 있는 집을 팔아 강남에서 전세도 못 얻는 셈이다.

서초동 삼성공인 임문빈 사장은 “전세금이 너무 올라 비(非)강남 지역 세입자가 강남에 전세를 얻기가 훨씬 어려워졌다” 며 “강북과 강남간 이동이 사실상 막힌 상태” 라고 전했다. 실제로 올해 1월 1일 현재 강남구의 총 세대수는 19만2505세대로 작년 한 해 동안 0.35% 줄었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강남 전세시장이 의외의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전세금 수준이 너무 높아 외부로부터 진입이 힘들기 때문” 이라며 “아파트를 얻지 못한 수요층이 다가구·다세대주택으로 하향 이동하고 있다” 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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