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

  • 입력 2002년 2월 24일 17시 53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한화갑(韓和甲) 상임고문이 경쟁자인 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에 대해 “당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가진 사람만이 당의 후보가 되어야 하는데 이 고문은 그런 정체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비난했다. 한 고문은 “정통성이 없는 사람은 권모술수나 거짓말로 경선을 치르기 때문에 당의 경선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도 추방돼야 한다”며 ‘이인제 추방론’까지 거론했다.

우리는 민주당 대선후보 간 다툼에 일일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경선주자 간 다툼에 대한 판단과 선택은 결국 국민경선에 참여한 민주당 대의원과 당원, 일반 선거인단(공모당원)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정권의 ‘정통성 있는 가신(家臣)그룹’ 출신인 한 고문의 ‘이인제 정통성 시비’는 현집권세력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 정치행태라는 점에서 묵과하기 어렵다.

이인제씨의 국민신당은 98년 9월 국민회의와 합당했다. 이씨는 2000년 1월 창당한 민주당의 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됐으며 그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한 고문이 이 고문의 정통성을 문제 삼으려면 합당부터 극력 반대해야 했다. 그렇지 않다가 이제 와서 ‘정체성이 없으니 쫓아내야 한다’는 것은 최소한의 정치도의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우리가 이 고문의 정체성을 두둔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의 ‘경선 불복’ 이력은 여전히 국민의 비판 대상이다. 다만 우리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현정권이 ‘필요할 때는 끌어쓰고 아니면 버리는’ 천박한 권력행태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정권은 지난 4년 동안 거듭된 정략적 ‘DJP 야합과 결별’로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과 환멸을 키워왔다. 그러면서도 집권당 내에서는 ‘기회주의자는 선택의 대상일 뿐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등의 독선적 발언이 난무했다. 이제는 누굴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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