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골수 축구팬을 ‘추미(蹴迷)’라고 부른다. 미(迷)는 ‘마니아’라는 뜻. 좀 과장된 얘기겠지만 중국 인구의 절반이 축구팬이란 말도 들린다.
지난해 10월7일 중국이 랴오닝성 선양에서 열린 오만과의 경기에서 2002년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지을 때 경기를 직접보기 위해 전국에서 우리허경기장으로 몰려든 사람만 10만여명. 이와는 별도로 수도 베이징 텐안먼(天安門)광장에도 약 10만명의 축구팬이 몰려들어 국기를 흔들며 열광했다.
중국축구협회가 추측하는 축구팬은 대략 8000만명. 중국에서 축구응원단이 생겨난 때는 프로축구 리그가 시작된 94년부터. 하지만 최근처럼 활동하기 시작한 때는 2, 3년 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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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7일 중국 전체 응원단을 포함하는 추미협회연합이 베이징에서 탄생했다. 프로리그 지아A(甲A) 14개팀 추미회장과 3개 개별클럽 회장이 모여 처음으로 전국적인 조직을 만든 것.
산시성 추미회장이며 추미협회연합 수석대표를 맡고있는 리강은 “8000만명 중 정말 열정적인 추미는 100만명이 넘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우리의 ‘붉은 악마’나 일본의 ‘울트라 닛폰’처럼 체계적이지 못한게 현실. 중국 축구경기장에서 유일하게 통일된 구호는 ‘헤이샤오(黑哨:돈을 받아먹었다)’ 뿐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
추미들은 응원할 때 ‘00구협회’ ‘00분회’ 등 소속 플래카드를 내걸고 각기 다른 복장과 구호로 응원을 한다. 전국 조직을 만든 것은 바로 통일된 구호와 동작을 끌어내기 위한 것. 중국추미협회연합은 ‘붉은 악마’에게 응원 노하우를 요청해오는 등 조직적인 활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베이징〓전 창기자 jeon@donga.com
▼中 추미 "이것 좀 해결해 줬으면…"
조직적 응원 할수있게 모여 앉게 해주세요
중국 축구팬 ‘추미’들은 지금 잔뜩 화가 나있다.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입장권에 관한 업무를 위탁받은 중국국제체육여행공사가 최근 축구팬에게 확보한 입장권 중 20%만 추첨 등으로 배정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
현재 중국이 확보한 입장권은 1만2000장. 이중 20%라 해봤자 2400장뿐. 그것도 전체 축구팬을 상대로 한 것이기에 조직적인 응원을 벌일 생각이던 추미가 들어설 여지가 없다.
그래서 추미의 모든 관심은 입장권 확보에 쏠려있다. 한국인만 만나면 “입장권 구해줄 수 있느냐”는 말로 운을 뗀다. 이밖에 요구사항은 끊임없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베이징 현지 여행업계가 파악한 추미들이 한국에 바라는 요구사항들.
▽중국 응원단만 따로 앉을 수 있게 좌석배치를 해달라〓설사 입장권을 구하더라도 따로따로 앉으면 조직적 응원은 불가. 따라서 입장권 확보 다음 문제는 함께 모여앉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뜨거운 물을 확보해달라〓월드컵 축구가 열리는 6월 한국은 초여름. 중국인들은 여름에도 뜨거운 차를 마신다. 한국여행경험이 있는 중국인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대형 호텔에서도 뜨거운 물을 구하기 힘들었다는 것. 경기장에서 대규모 응원단이 마실 뜨거운 물이 걱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
▽수천명이 한꺼번에 입에 맞는 식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한 중국관광객은 하루세끼를 모두 삼계탕만 먹었다. 한국에 중화요리집이 많지만 이는 한국인 입맛에 맞춘 것이라 진짜 중국인 구미를 당기진 못한다. 게다가 경기전후 한번에 수천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느냐가 이들의 관심사다.
베이징〓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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