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D-101]중국 8000만 축구팬 '들썩 들썩'

  • 입력 2002년 2월 18일 17시 24분


13억 인구가 말해주듯 웬만한 숫자에는 눈도 꿈쩍하지 않는 데가 중국이다.

중국에서 골수 축구팬을 ‘추미(蹴迷)’라고 부른다. 미(迷)는 ‘마니아’라는 뜻. 좀 과장된 얘기겠지만 중국 인구의 절반이 축구팬이란 말도 들린다.

지난해 10월7일 중국이 랴오닝성 선양에서 열린 오만과의 경기에서 2002년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지을 때 경기를 직접보기 위해 전국에서 우리허경기장으로 몰려든 사람만 10만여명. 이와는 별도로 수도 베이징 텐안먼(天安門)광장에도 약 10만명의 축구팬이 몰려들어 국기를 흔들며 열광했다.

중국축구협회가 추측하는 축구팬은 대략 8000만명. 중국에서 축구응원단이 생겨난 때는 프로축구 리그가 시작된 94년부터. 하지만 최근처럼 활동하기 시작한 때는 2, 3년 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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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보다 더 뜨거운 응원전

지난해 12월27일 중국 전체 응원단을 포함하는 추미협회연합이 베이징에서 탄생했다. 프로리그 지아A(甲A) 14개팀 추미회장과 3개 개별클럽 회장이 모여 처음으로 전국적인 조직을 만든 것.

산시성 추미회장이며 추미협회연합 수석대표를 맡고있는 리강은 “8000만명 중 정말 열정적인 추미는 100만명이 넘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우리의 ‘붉은 악마’나 일본의 ‘울트라 닛폰’처럼 체계적이지 못한게 현실. 중국 축구경기장에서 유일하게 통일된 구호는 ‘헤이샤오(黑哨:돈을 받아먹었다)’ 뿐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

추미들은 응원할 때 ‘00구협회’ ‘00분회’ 등 소속 플래카드를 내걸고 각기 다른 복장과 구호로 응원을 한다. 전국 조직을 만든 것은 바로 통일된 구호와 동작을 끌어내기 위한 것. 중국추미협회연합은 ‘붉은 악마’에게 응원 노하우를 요청해오는 등 조직적인 활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베이징〓전 창기자 jeon@donga.com

▼中 추미 "이것 좀 해결해 줬으면…"

조직적 응원 할수있게 모여 앉게 해주세요

중국 축구팬 ‘추미’들은 지금 잔뜩 화가 나있다.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입장권에 관한 업무를 위탁받은 중국국제체육여행공사가 최근 축구팬에게 확보한 입장권 중 20%만 추첨 등으로 배정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

현재 중국이 확보한 입장권은 1만2000장. 이중 20%라 해봤자 2400장뿐. 그것도 전체 축구팬을 상대로 한 것이기에 조직적인 응원을 벌일 생각이던 추미가 들어설 여지가 없다.

그래서 추미의 모든 관심은 입장권 확보에 쏠려있다. 한국인만 만나면 “입장권 구해줄 수 있느냐”는 말로 운을 뗀다. 이밖에 요구사항은 끊임없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베이징 현지 여행업계가 파악한 추미들이 한국에 바라는 요구사항들.

▽중국 응원단만 따로 앉을 수 있게 좌석배치를 해달라〓설사 입장권을 구하더라도 따로따로 앉으면 조직적 응원은 불가. 따라서 입장권 확보 다음 문제는 함께 모여앉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뜨거운 물을 확보해달라〓월드컵 축구가 열리는 6월 한국은 초여름. 중국인들은 여름에도 뜨거운 차를 마신다. 한국여행경험이 있는 중국인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대형 호텔에서도 뜨거운 물을 구하기 힘들었다는 것. 경기장에서 대규모 응원단이 마실 뜨거운 물이 걱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

▽수천명이 한꺼번에 입에 맞는 식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한 중국관광객은 하루세끼를 모두 삼계탕만 먹었다. 한국에 중화요리집이 많지만 이는 한국인 입맛에 맞춘 것이라 진짜 중국인 구미를 당기진 못한다. 게다가 경기전후 한번에 수천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느냐가 이들의 관심사다.

베이징〓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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