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피구의 ‘배신’ 잊지못하는 바르셀로나

  • 입력 2002년 2월 14일 17시 45분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최초의 국가대표팀간 경기(A매치)를 가진 것은 1921년. 첫 경기에서 1-3으로 패한 포르투갈은 이후 94년까지 30번을 싸워 4승11무15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챙겼다. 특히 스페인 원정경기에서는 13전3무10패로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루이스 피구를 중심으로 유럽축구의 변방에서 당당히 주역으로 성장했고 14일 94년 이후 8년만에 열린 스페인 원정경기에서 ‘원정 첫 승’ 의지를 불태웠던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하지만 포르투갈은 81년 동안 목말라했던 원정 첫 승의 염원을 또 다시 풀지 못했다. 바로 경기장소를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로 택한 것이 치명적인 실수였던 것. 팀의 주축인 피구에게 바르셀로나는 두 번 다시 찾고 쉽지 않은 장소라는 것을 몰랐던 탓이다. 잘 알려진대로 스페인 축구의 양대산맥인 FC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하던 피구는 2000년 5월 바르셀로나와 지역감정이 극도로 좋지 않은 마드리드 연고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배신자’ ‘돈먹는 기계’라는 엄청난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해 말 열린 리그 개막전을 위해 바르셀로나구장을 찾았던 피구는 코너킥 순간 관중들이 던진 물병때문에 코너킥을 포기해야 했고 평가전을 위해 바르셀로나를 찾으며 스페인 경찰과 개인 경호원까지 합해 모두 6명으로부터 철통같은 경호를 받아야 했다.

포르투갈-스페인의 경기가 벌어진 14일.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피구에 대한 배신감을 잊지 않고 있었다. 이날도 관중들은 경기중 피구가 공을 잡는 순간 야유를 퍼붓거나 물병을 집어던지는 행동으로 끊임없이 플레이를 방해했고 후반들어 플레이가 위축된 피구는 33분쯤 그라운드에서 쫓겨나듯이 물러나야만 했다.

바르셀로나〓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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