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레이크 스타]해클 “은메달이면 어떠랴”

  • 입력 2002년 2월 13일 17시 36분


12일 남자 루지 경기가 열린 유타올림픽파크. 네번째 레이스까지 마친 게오르그 해클(36·독일·사진)은 초조한 표정으로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기록은 2분58초270. 이제 마지막 주자인 이탈리아의 아민 죄글러(28)의 레이스에 따라 메달색깔이 가려지게 됐다. 해클의 빛에 가려 94릴레함메르대회 동메달, 98나가노대회 은메달에 그쳤던 죄글러는 침착하게 레이스를 펼쳤고 그의 썰매가 피니시라인을 통과하는 순간 전광판엔 종합 2분57초941이 찍혔다. 0.329초 차이로 죄글러가 금메달, 해클이 은메달. 메달색깔이 결정되자 해클은 얼굴에 부드러운 웃음을 지은 뒤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죄글러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하지만 해클이 은메달을 따내는 순간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올림픽 선수’였다. 88년 캘거리대회 은메달과 92년부터 3회 연속 금메달에다 이번 대회 은메달을 따냄으로써 해클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한 종목에서 5회 연속 메달을 목에 건 선수가 됐다.

하계올림픽에서 육상 멀리뛰기의 칼 루이스, 육상 원반던지기의 알 오에터, 요트의 폴 엘브스트롬이 4회 연속 메달을 따낸 게 종전기록.

12세부터 루지를 시작해 15년간 세계정상의 자리를 지킨 해클은 콧수염 때문에 ‘교수’라는 별명을 가진 선수. 그는 금속세공사로도 일해 자신이 탈 썰매를 직접 제작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대회에선 유명 자동차 업체인 포르셰에서 제작한 썰매를 탔다.

해클은 “죄글러는 금메달을 목에 걸 자격이 있는 최고의 선수다. 내겐 금메달 같은 은메달”이라고 겸손을 보인 뒤 “한번도 따낸 적이 없는 동메달이었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솔트레이크시티〓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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