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포커스]문경은 "요즘 농구할 맛 나요"

  • 입력 2002년 2월 7일 17시 52분


문경은
SK 빅스의 주포 문경은(31)은 별명이 2개 있다.

하나는 슛이 한번 터졌다 하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쏟아 붓는다고 해서 붙은 ‘람보 슈터’. 하지만 친한 사람들은 그를 ‘문띵’이라고 부른다. ‘띵’? 맞다. 약삭빠르고 남들보다 한발 앞서 일을 처리하는 꾀돌이의 반대말이다.

평소 사람 좋기로 소문난 문경은은 정말 ‘띵’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마음이 순하다. 화내는 법이 없다. 농구 코트에서도 그와 싸워봤다는 ‘영웅담’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 대목에선 승부사 기질이 아쉽긴 하지만….

그런 문경은이 이번 시즌 ‘꾀돌이’로 변신에 성공했다.

문경은은 6일 현재 124개의 3점슛을 성공시켜 경기당 평균 3.18개로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상무에서 제대한 뒤 프로에 발을 들여놓은 97∼98시즌부터 2시즌 동안 타이틀을 지키다 지난 시즌까지 2시즌 연속 조성원에게 빼앗겼던 ‘3점슛 왕’을 거의 되찾은 셈. 게다가 프로통산 처음으로 3점슛 700고지도 넘었다.

정작 문경은이 꾀돌이로 불리는 까닭은 장기인 3점슛 이외에 특별한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어시스트가 부쩍 늘어났다. 올시즌 경기당 평균 3.7개. 이전까지 4시즌 평균이 2.4개 인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 팀 내에서 조니 맥도웰 (평균 5.9개) 다음으로 많다.

여기에 ‘거미손’ 실력도 발휘하고 있다. 문경은이 이번 시즌 성공한 가로채기가 32개. 이전에 한시즌 동안 제일 많이 가로챈 볼이 38개(98∼99시즌)이니 새 기록 달성은 기정사실. 예전에 보기 힘들었던 골밑 돌파도 요즈음은 제법 자주 선보인다.

한마디로 생각하는 농구를 구사한다는 말이다.

문경은은 지난해 6월 돌연 챔피언팀 삼성에서 자진해서 뛰쳐나와 SK 빅스에 둥지를 틀어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문경은은 누구보다도 구속받기를 싫어한다. 김동광 삼성감독은 선이 굵지만 전통적인 조직농구를 신봉한다. ‘넌 슛만 쏴’하는 식이다.

문경은은 여기에 질렸다. 대학시절 3년 동안 코치와 선수로 동고동락했던 유재학 감독이 그리워진 이유다. SK빅스에 와서 문경은은 ‘강요된’ 전문슈터에서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되돌아왔다. 대학시절까지만 해도 그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였다.

문경은은 광신중 2학년 때까지만 해도 골밑을 누비는 센터였다. 당시 키가 1m80이었던 까닭이다. 어느 날 장덕영 코치(현 광신상고 코치)가 코트에 선을 그리더니 “여기서 슛을 던져봐, 여기서 넣으면 3점이야” 하더란다.

3점이란 말에 신이 난 문경은이 던지는 대로 쏙쏙 슛이 들어갔고 그때부터 스몰포워드로 포지션을 바꿨다.

다시 말해 골밑 플레이도 어려서부터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다만 그럴 기회가 적었을 뿐.

숨겨놨던 실력을 자율적인 SK빅스에 와서 다시 선보이는 것일 뿐이다. 주장이기도 한 문경은이 신이 나서 농구를 즐기는 덕분에 SK빅스는 올시즌 줄곧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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