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24시]흔들리는 부장님④/몸관리 땀 ‘뻘뻘’

  • 입력 2002년 2월 6일 17시 31분


제일제당 미디어팀의 김인호부장(41)은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연준이와 자전거를 달리면서 배우는 게 많다. 컴퓨터를 활용한 교실 수업, 책상을 둥그렇게 놓고 진행하는 토론 수업, 학원의 우열반, 초등학생들간의 ‘스캔들’….

요즘 ‘로우 틴’(Low-teen·10대 초반)의 생활은 김 부장의 상상을 훨씬 넘어선다. 자전거로 일산 호수공원을 달리기 시작한지 9개월째. 이제 제법 말 통하는 아버지가 됐다. 무뚝뚝한 아들이 여학생 생일잔치에 초대받은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도 한다. ‘자전거 대화’로 초등학생 문화에 익숙해진 덕분에 10살짜리 딸이 귀를 뚫겠다고 했을 때도 충격을 덜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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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가 넘으니 몸 생각을 해야겠다 싶어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는데 세대 차이를 줄여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네요.이제까지 일에만 매달려 아이들과 대화 한번 하기 힘들었잖아요.” 김 부장의 말이다.

대우건설 건축CM기술팀의 김희태부장(47)에게 운동은 건강 관리 뿐 아니라 시간 관리의 수단이기도 하다. 저녁 무렵 양재천을 달리는 1시간은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이다.

그 역시 운동의 계기는 건강이었다. 5년전 아이들과 산에 오를 때, ‘마음은 가는데 몸이 안가고 몸은 가는데 숨이 안 쉬어지는’ 경험을 하고는 담배를 끊고 운동을 시작했다.

“내 시간을 갖는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달리기가 제일인 것 같아요. 팀장을 맡게 되면 업무 돌아가는 것을 전체적으로 보는 것도 필요한데, 운동하는 시간이 적절한 ‘쉼표’가 되면서 코앞의 일에 매몰되지 않게 해주고요. 업무든 인간 관계든 찜찜하고 안 풀리던 것이 정리되기도 하죠.”

지난해까지 ‘숨쉬기 운동’만 했다는 LG홈쇼핑 프로덕션팀 김병욱 부장(41)은 올해부터 1주일에 3번씩 팀원들과 스쿼시를 친다. 젊은 시절에는 건강에 신경쓰지 않고 밤새 일하고 술도 마셨다. ‘여의도 술집 매상은 김 부장이 다 올린다’고 했을 정도. 배가 몰라보게 나오고, 언젠가부터 비슷한 연배의 동료나 친구들이 모이면 건강 이야기가 주요 대화 소재가 되곤 했다. 그는 올해 신년 계획에 ‘스쿼시’를 넣었다.

“아직 초보라 팔도 쑤시고 다리도 당겨요. 건강도 건강이지만 팀원들과 즐길 것이 있어 좋아요. 프로덕션팀이 반년 밖에 안된 신생팀이라 팀웍을 다져야 할 시기거든요.”

40줄에 ‘몸 관리’에 나선 부장들은 운동으로 건강 뿐 아니라 자신만의 시간, 자녀와의 대화, 부하 직원과의 시간 등 그동안 잃었거나 놓쳤던 것들도 찾아가는 중이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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