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피플]도 겐이치 日 FJ도시개발사장

  • 입력 2002년 2월 5일 18시 39분


일본 FJ도시개발 도 겐이치(藤賢一·53·사진)사장은 주택개발 분야에서 국내외에 꽤 유명한 인물이다. 그가 개발한 후쿠오카의 공동주택 ‘넥서스월드’는 일본 미래주택의 모델로 꼽힌다. 도 사장이 최근 한국 동일토건과 기술자문 협약을 맺으러 내한했다.

금속테 안경 너머로 웃음 띤 눈매, 다소 꾸부정한 자세는 마음씨 좋은 동네 아저씨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그의 첫마디는 다소 파격적이었다.

“마감재나 내부 치장은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나아요. 그러나 한국 주택문화는 일본보다 20년은 뒤져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좋은 마감재와 시설을 갖췄는데 일본보다 20년 뒤졌다니 무슨 소리인지…. 그는 한국 주택 문화의 현주소를 획일성이라고 진단했다.

“아직 한국은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듯 집을 짓습니다. 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 모두 같은 주거 생활을 강요하는 셈이지요. 그래서는 감성 개성 다양성을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그는 이런 부끄러움 때문에 넥서스월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주택 업체가 수익성만 생각하며 소비자를 우롱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다양한 주민이 개성을 살리면서 건물 자체로 도시에 문화를 심어주자는 것이 넥서스월드의 포인트. 세계 20여명의 건축가가 설계했고 한 권에 4만엔짜리 화보집은 전세계에 수십만권이 팔렸다.

도 사장은 “한국도 도심을 적극 활용하는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20년 전 일본에도 탈(脫) 대도시 바람이 불면서 교외주택단지가 대거 개발됐지만 5년 전부터 도시로 돌아오는 사람이 급증했단다. 출퇴근 교통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수익이 목적인 업체가 돈보다 주택문화를 먼저 생각하기는 어렵다. 큰돈이 드는 미래형 주택 모델을 개발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대한 도 사장의 견해는 단호하다.

“도시를 만들거나 집을 짓는 업체는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미래의 주택문화는 미리 준비하는 곳에서 꽃을 피웁니다. 소규모로 개발한다면 큰돈이 들지도 않습니다.”

도 사장은 “주택업체의 책임은 사람들이 어떤 곳에서 살기 원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개발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세계인의 지혜와 열정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현실과 다소 먼 듯 했지만 일본의 노력이 부럽기도 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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