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50대의 일자리 찾기]화려한 시절 잊고 눈높이 낮춰라

  • 입력 2002년 1월 29일 13시 59분


대기업의 부장으로 근무하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명예퇴직한 김모씨(57)는 요즘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벤처빌딩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옛날 월급 생각하면 일 못합니다. 그렇지만 일하는 것 자체가 즐겁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곳이 있고 가끔 젊은 사람들한테 큰소리도 치고 얼마나 재미있습니까? 최소한 경로당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일자리가 있어 김씨는 행복하단다.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기에 50대면 이미 늦다. 남은 인생이 짧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길기 때문이다. 평균수명이 길어져 50대면 건강한 몸으로 30년을 더 살아야 한다.

기나긴 시간 동안 일자리가 없으면 멋진 인생은 기대하기 어렵다. 일자리가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고립되기 쉬운 중년 이후를 사회와 이어주는 연결통로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50대 퇴직자들의 재취업과 창업을 도와온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퇴직 후 준비는 현역에 있을 때 철저하게 해두는 게 가장 좋다”면서 “퇴직한 후라도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적극적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화려한 시절은 잊고 새롭게 출발〓요즘 직장경력 30년이면 장수한 편에 속한다. 직장인의 꽃이라는 대기업 임원들의 평균연령은 40대 후반이다. 50줄에 들어서면 서서히 은퇴 통보를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된다.

헤드헌팅회사 HR코리아의 이진재 차장은 “실제로는 45세가 넘으면 일자리가 급격히 떨어지고 헤드헌팅회사를 이용하더라도 임원급 고급인력 외에는 마땅히 제시할 자리가 없다”며 “직업에는 귀천도 연령도 없다는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인커리어 박운영 팀장은 “어제의 화려했던 시절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실제 구직활동에서는 눈높이를 낮춰 절반도 안되는 봉급에 사무실 경비라도 불사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재취업에 성공한다”며 “건강하고 학습능력이 있다면 주택관리사 같은 중년 이상 연령층에 맞는 자격증 시험도 준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퇴직준비 프로그램인 아웃플레이스먼트를 도입하고 있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좋다. 은행원 등 금융인들의 경력전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알앤씨 김승주 사장은 “요즘은 85세까지 일하는 것을 기준으로 직업설계를 해주는데 금융인들은 대체로 모범생이지만 도전의식이 부족하다”며 “퇴직 전 2년의 자기준비가 퇴직 후 30년을 좌우하는 만큼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늘어나는 실버창업〓최근 창업 부문에서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20대 청년창업과 50대 이상의 실버창업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50대 이상은 사회경험과 인적 네트워크, 자본이 풍부하기 때문에 유리한 점이 많다”며 “그렇지만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라는 점에서 주의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고위험 고수익보다는 수입이 약간 적더라도 안정적인 업종을 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각종 중개업, 교육관련 사업 등이 전문가들이 권하는 업종이다.

▽외국의 사례〓일본도 최근에는 60세 정년퇴직이라는 분위기가 점점 바뀌면서 조기퇴직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렇지만 일본의 고령자들은 퇴직 후에도 일자리를 갖고자 하는 의욕이 매우 높다. 60대 초반의 남성은 4명 중 3명, 60대 후반 연령층에서도 2명 중 1명은 일자리를 갖고 있을 정도이다. 여성도 60대 초반의 40%가 취업해 있다.

미국에서는 55세 이상이 차지하는 노동인구 비중이 1950년에는 43%에서 85년 30.3%로 급격히 떨어졌다가 2000년에는 32.3%로 다시 올랐다.

HR코리아 이진재 차장은 “미국은 노령자의 직업훈련을 강화하고 연령차별금지법을 만들어 고령자를 보호하고 있는데 한국도 이제 퇴직고령자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 50대에 새로운 일찾기 7계명

1. 과거의 화려했던 경력을 잊어라〓‘내가 대기업의 임원이었는데…, 간부였는데…’라는 사고를 버려라. 과거의 영화만을 생각하는 사람은 구시대 인물일 뿐이다.

2. 문방구 이력서가 아니라 창조적인 이력서를 작성하라〓A4 용지 2, 3장에 자신의 경력을 잘 표현한 창의적인 이력서가 필요하다.

3.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라〓50대의 최대 강점은 인적 네트워크이다. 당신의 경륜을 필요로 하는 곳이 분명히 있다는 확신을 가져라.

4. 자격증 시험에 1년 이상을 투자하지 마라〓준비한 첫해에 낙방할 경우에는 무리하게 재응시할 필요가 없다. 육체적, 정신적 노쇠현상만 가속된다.

5. 비정규직에서도 돌파구를 찾아라〓정규, 비정규직을 구분할 필요가 없는 시대다. 문제는 일을 하는 것이다.

6. 규칙적인 운동이 취업의 지름길이다〓50대에게는 역동적인 사고가 부족하다. ‘뜨거운 피’와 자신감은 강인한 체력에서 비롯된다.

7. 구직 과정을 기록하는 취업일기를 작성하라〓나 자신의 경력사항, 강점과 지인, 동창들의 연락처 등을 정리하는 노트를 만들어라. 그리고 매일 구직 과정을 일기처럼 써보라.자료:인커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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