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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23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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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홍근(吳弘根) 대변인은 어제 “대통령의 친인척이라고 해서 대통령과 관련지으려는 일부의 시도는 적절치 않다”는 내용의 반박논평을 냈다. 이런 경우에 쓰는 용어가 바로 ‘적반하장(賊反荷杖)’일 것이다.
대통령 친인척이 깨끗하지 못한 사건에 개입해 온 나라를 들쑤셔 놓았으면 김 대통령이나 청와대로서는 우선 사과하는 것이 순서일 텐데 오히려 정반대로 나가고 있으니 할말을 잃게 된다.
들끓고 있는 세상의 민심을 너무 모른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분노하다 이제는 허탈감에 빠진 국민을 달래줄 생각은 않고 되레 화나게 하는 말만 골라서 할 수 있겠는가.
지금 이씨에게서는 구린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이용호(李容湖)씨에게 이 사업을 소개만 해줬다는 것과 달리 소개해주며 거액을 받았고, 자신이 상당액을 투자했으며, 높은 지분을 보장받은 데다,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을 동원한 일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사업을 토대로 한 이용호씨의 삼애인더스 주가조작을 통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나눠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어떤 시비의 꼬투리도 남기지 말아야 할 대통령의 친인척으로서 너무도 많은 비리의 흔적을 남겼다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것은 근본적으로 이형택씨가 대통령의 처조카라는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아무런 인연이 없는 개인이었다면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겠는가. 이씨의 책임은 말할 것도 없고 김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책임도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씨는 정권 출범 전부터 대통령 측근으로 여러 면에서 주목의 대상이 돼 온 사람인 만큼 누구보다 특별관리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이 문제를 대통령 친인척 비리의 차원이 아닌 이씨 개인의 문제로 축소시키려는 의혹을 준다. 앞으로 불거질 수 있는 다른 친인척 비리도 함께 개인 문제로 돌려버리려는 의도가 아닌지 묻고 싶다.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더구나 김 대통령은 각종 게이트와 관련해 어느 때보다 부패 척결을 강조하고 있는 마당이다. 이런 상황에서 친인척 비리가, 그것도 의혹 수준을 넘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면 모든 것을 자신의 부덕으로 여기고 몸을 낮추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 것이다. 자숙(自肅)해야 할 청와대가 오히려 무엇을 잘못했느냐고 따지고 들어서야 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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