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기업 해외연구소 설립 박차

  • 입력 2002년 1월 22일 17시 31분


‘연구개발(R&D)도 현지화 하라.’

‘글로벌 경쟁력’이 올해 재계의 키워드로 떠오른 가운데 삼성 LG등 한국의 ‘간판기업’들이 해외에서 직접 R&D 활동을 늘리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그동안 생산기지 등을 해외로 옮기는 방식의 현지화 전략에 치중했지만 최근에는 현지에서 제품기획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생산 및 판매까지도 연결하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 이충학 LG전자 기술지원팀장은 “선진기업과 경쟁하려면 해외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면서 발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R&D까지도 현지화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10개 해외연구소 설립〓삼성전자는 러시아 일본 인도 미국 영국 중국 이스라엘 등 7개 나라에 모두 10개의 해외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연구소에서는 삼성전자의 핵심사업인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 디지털가전 기술 등을 집중연구한다. 지난해 초에는 중국 베이징에 통신연구소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300명, 인도에 200명 등 모두 700명의 해외 연구개발 인력을 갖고 있다. 전체 1만3000명의 R&D 인력중 5.4%인 700여명이 해외 R&D 인력인 셈. 2000년말 현재 미국 특허건수는 1442건에 달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R&D 현지화전략으로 국내 R&D 기반이 취약해진다는 우려가 있지만 한국 본사에서 R&D 핵심기술을 연구하고 해외에서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포석이므로 핵심기술의 해외유출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LG그룹의 R&D 현지화 전략〓최근 중국정부로부터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휴대전화 생산을 따낸 LG전자는 지난해 3월 산둥성에 합작법인인 ‘랑차오LG디지털모바일연구센터’를 세웠다. CDMA 관련 연구개발을 하는 이 센터는 중국 현지에서 R&D 및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2000년에 설립한 전자부문의 톈진 R&D센터에서는 현지의 고급인력을 뽑아 현지에 맞는 제품 디자인과 제품기능을 개발해 필요하면 중국에서 먼저 신제품을 내놓을 방침이다.

또 인도 소프트웨어 개발법인인 LGSI는 최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평가에서 최고등급을 받았다. 인도법인은 지난해 7월 국제개발센터(LGEIDC)를 만들어 LG전자 연구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현지와 해외법인 연구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다.

또 LG화학은 미래 주력사업인 고성능 2차전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지난해 미국 콜로라도에 R&D 현지법인인 ‘컴팩트파워(CPI)’사를 설립하고 현지화 제품 개발에 적극적이다.

▽현지 소비자 기호를 맞춰라〓기업들이 공장등 생산법인을 해외에 직접 세우는 주된 목적은 관세 등 무역장벽을 피하고 수출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

최근에는 단순한 생산기지 현지화에서 벗어나 기업 핵심기술을 연구하는 R&D까지도 현지화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선진시장의 첨단기술 흐름을 빨리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지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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