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뿌리깊은 증권사 불신…질높은 서비스 절실

  • 입력 2002년 1월 14일 17시 55분


“주식투자에서 가장 빨리 망하는 지름길은 증권사 직원의 말을 믿는 것이다.”

한국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증권사에 대한 불신은 상당하다. 브로커로 불리는 지점 직원들이 어떤 종목을 사라고 추천하면 ‘무슨 사연이 있는 것 아니냐?’라고 의심부터 하고 본다.

실제 지난해 7월 한 여론조사기관이 증권사 추천종목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여부를 물은 결과 “신뢰가 간다”는 답은 23.1%,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76.5%로 조사됐다.

이는 물론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못했던 증권사의 책임이 크다. 과거 몇몇 증권사는 특정 종목 매수 추천을 내놓고 정작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팔아치우는 태도를 보였다.

또 시가총액이 크지 않은 몇몇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거나 팔아 인위적으로 주가를 움직이기도 했다. 새로 코스닥에 등록한 종목의 시장 조성 기간이 끝나자마자 주식을 팔아치워 주가 하락을 부추긴 예도 종종 있었다. 이 때마다 투자자 사이에서 “증권사×들 말은 믿을 게 못된다”라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

또 실제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부족한 점도 문제. 다른 증권사의 종목 추천과 자사의 종목 추천을 종합적으로 비교 분석한다거나 시장에 떠도는 루머를 심층 분석하는 등의 정보는 쉽게 유통되지 않는다.

또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은 차트읽기 등 투자기법 안내도 빈약하다. 한 투자자는 모 증권사 홈페이지에 “이렇게 참고할 정보가 없는 홈페이지는 뭐하러 만들어 놓느냐”며 질타의 글을 남겨놓았다.

여기에 실시간으로 증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증권 TV방송과 인터넷 사이트 등이 발전하면서 정보 유통 속도가 빨라진 것도 원인. 이 덕에 간단한 뉴스나 정보는 증권사 직원보다 투자자가 먼저 아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증권사 지점 브로커는 “‘증권사는 올바로 된 투자 조언보다 수수료 챙기기에 급급한 곳’이라는 생각이 증권사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의 원인”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증권사는 단순한 정보 차원이 아닌 보다 차원 높은 서비스 제공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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