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고은 새시집 '두고 온 시' 출간

  • 입력 2002년 1월 13일 17시 29분


시인 고은(69·사진)가 새 시집 ‘두고 온 시’(창작과 비평사)를 출간했다.

지난 2001년의 절반을 외국에 머물렀던 그는 신작 시집에서도 외국 체험을 시로 옮기고 있다. 새 시집의 제1부 ‘순례시편’에서 외국에서 바라본 문학의 정체성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는 것.

이 시집에서 고은의 지난 시간은 회고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부단한 교정의 대상으로 투영되어 있다.

한때 “내 가슴팍에 파묻어도 좋을 만장일치의 명제”였던 ‘반봉건’ ‘반외세’ ‘반독재’의 구호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시인을 깨닫는다. 그래서 그는 허균의 소설과 김유정의 ‘동백꽃’을 다시 읽고 있다고 고백한다.

발문을 쓴 김성곤 교수(서울대 영문과)는 “고은이 지닌 운율의 미학은 더욱 빛을 발하면서도 언어는 점점 축소되어간다”고 밝혔다.

이 시집에서는 또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서도 부단히 미래로 시선을 옮기는 고인 시인의 새로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향수는 오랜 멍에였다 / (…) / 왜 우리는 오늘이 아닌 / 어제의 저문 밀물만을 노래하는가 // 이제 벌떡 일어나 / 새벽 먼동 앞에서 노여운 신발끈을 매어야 한다”(‘아침 바다’중)윤정훈기자 diga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