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영균/스톡옵션

  • 입력 2002년 1월 9일 18시 05분


미국 시애틀시의 아름다운 호수 주변에 있는 수백만달러짜리 고급 별장의 주인 중엔 20, 30대의 젊은이들이 많다. 부근에 본사가 있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들이 스톡옵션(stock option)으로 떼돈을 벌어 사들인 것이다. 한때 스톡옵션 덕분에 미국 10대 부자중 3, 4명이 이 회사 출신이었다. 주식을 받은 직원들이 주인처럼 열심히 일해 주가가 크게 올라 부자가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톡옵션은 새로운 부의 상징이었고 월급쟁이를 오너로 만드는 제도였다.

▷미국의 한 커피점 종업원이 30년 전에 조그만 커피숍으로 시작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스타벅스에는 종업원이 따로 없다. 손님을 맞는 파트타임 직원에게도 스톡옵션을 나누어주고 파트너라고 부른다. 지금 이 회사가 전 세계에 5000여개의 점포를 갖게 된 것도 바로 스톡옵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1920년경 처음 등장한 스톡옵션제도는 1980년대에 들어 붐을 이루고 전세계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이나 심지어는 중국음식점까지 스톡옵션을 주고 있다. ‘스톡옵션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우리나라에 이 제도가 들어온 것은 1997년. 주식매수선택권이란 이름으로 제도화되었으며 회사 임직원에게 일정금액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미국 경영학 교과서에도 등장한다는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은 봉급보다 스톡옵션을 선택했다고 해서 유명해진 인물. 국민은행과 합병한 주택은행장에 임명되면서 월급은 1원만 받고 대신 40만주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합병 국민은행장으로 70만주를 더 받는데 현재 주가가 5만5000원이니 줄잡아 수백억원대에 이른다. 회사원들도 보너스보다 스톡옵션을 선택했다. 벤처붐이 시들해진 요즘은 스톡옵션보다 현금보너스가 다시 인기다.

▷최근 말썽이 되고 있는 패스21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스톡옵션을 받기로 했다가 부패방지위원장직을 포기한 김성남 변호사는 임직원이 아닌 외부인사로서 받은 경우. 스톡옵션은 일반적으로 임직원에게만 줄 수 있으나 벤처기업특별법에는 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연구원 등 회사에 도움을 주는 일부 직종에도 부여할 수 있도록 돼있다. 일반기업의 경우는 고문변호사라도 용역계약을 맺은 때는 스톡옵션 부여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김 변호사는 중간에 고문변호사를 그만둬 스톡옵션이 무효화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패스21은 공짜로 법률고문을 받은 셈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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