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대통령,약속 꼭 지켜야 한다

  • 입력 2002년 1월 3일 18시 01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그저께 신년 인사회에서 자신은 당의 문제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며 ‘정당 만들기’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정치 발전과 나라를 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들이 퇴임을 눈앞에 두고 후계자니 후임정권이니 하면서 정치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다 오히려 분란만 조장해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물러난 지난 경험은 구태여 다시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그들은 임기 말의 국정 마무리는 제대로 하지 않고 계속 권력에만 집착하다가 결과적으로 자신의 레임덕만 더 악화시켰다.

김 대통령이 약속대로 일단 정당정치에 초연한 위치에서 경제 문제나 월드컵축구대회, 지방선거나 대통령선거 등 국가적인 일에 최선을 다하고 물러나는 모습을 보인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고질적인 구시대의 정치 관행을 탈피하는 길이다.

우선 김 대통령은 스스로 약속을 지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평생을 야당 정치인으로 남다른 길을 걸어 온 김 대통령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권력에 대한 집착이 강할 수 있다. 더구나 전직 대통령들의 경우 임기 말이 되면 자연히 권력누수 현상이 발생하고 그렇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다시 권력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이제 그러한 분위기를 스스로 차단하면서 본인의 말대로 남은 임기나마 다음 정권이 부담 없이 승승장구할 수 있도록 도약의 기반을 닦는 데만 전념해야 할 것이다.

김 대통령 주변에서도 ‘김심(金心)’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민주당은 지금 치열한 대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누구나 ‘김심’을 등에 업으려는 유혹을 강하게 받을 것이다. 앞으로 ‘김심’의 소재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들이 횡행할 가능성이 많고 그러다 보면 김 대통령은 본의 아니게 대선 경쟁의 한가운데에 서게 될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민주당 내부에서는 김 대통령의 뜻과 관계없이 ‘김심’이 어떻느니 하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김 대통령이 주변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조금이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이나 행동은 어떻게 하든 자제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 대통령이 새해 약속을 지키는 일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많다. 국내외 환경은 한층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고 레임덕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다. 그 때문에 스스로 약속을 지키려는 김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우리는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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